인구 70만명의 소국 룩셈부르크 관료가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에 동참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협박으로 규정하며, “국제법이 짓밟히고 있다”는 미국을 겨냥한 강경발언을 내놨다.
룩셈부르크 일간 레상시엘에 따르면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 “협박은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니다. 누군가 스스로 혼란을 일으켜놓고 ‘이제 다른 이들도 어떻게 도울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하는 건 참 특이하다”고 비판했다.
베텔 장관은 중동전쟁으로 급등한 유가를 잡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완화한 미국의 조치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정말 기뻐할 사람이 한 명 있다. 저기 앉아 팝콘 먹고 있는 사람이 계속 부자가 되고 있다. 바로 푸틴”이라며 “그들이 누구한테 고맙다고 할까. 백악관에 있는 그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EU 회원국 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를 포함한 중동 사태 대응방안을 논의한 끝에 이번 전쟁에 관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덴마크와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듯 “논의에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인구와 면적에 있어서 EU 27개 회원국 중 뒤에서 두번째인 룩셈부르크는 다른 유럽 대국들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베텔 장관의 논리는 국제법 위반을 용인하는 선례가 쌓이면 소국 룩셈부르크의 앞날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암살을 거론하며 “한쪽에 침략자라고 말하면서 다른 쪽에는 그냥 눈감을 수는 없다. 소국으로서 우리를 지켜주는 국제법이 짓밟히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베텔 장관은 2013년부터 10년간 총리를 지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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