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도구… 다루는 사람의 몫
인공지능(AI) 활용이 세계적으로 보편화하면서 세상이 점차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변화가 눈에 보이는 수준이라 그 명과 암도 뚜렷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번 중동 사태에서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종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팔란티어의 메이븐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군의 메이븐에 탑재된 앤스로픽의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는 잠재적 표적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제안하는 등 작전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에 수 주 걸리던 전투계획을 실시간 작전으로 변환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불과 며칠 만에 수천 곳의 시설을 파괴할 수 있었다.
이란 전쟁에서 AI가 많이 쓰이는 곳은 또 있다. 바로 선전·선동 등 심리전 영역이다. 지난 13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2주 동안 중동 전쟁 관련해 AI로 생성된 110개 이상의 가짜 이미지·동영상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장소나 실제 움직임과의 대조 및 비가시성 워터마크 확인 등을 통해 식별하고 AI 탐지 도구로도 확인한 결과다.
이 가짜 콘텐츠들은 텔아비브를 휩쓴 폭발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이스라엘인들, 사망자를 애도하는 이란인들, 미사일과 어뢰 공격을 받는 미군 함정 등 전쟁의 모든 측면을 허위로 묘사했다.
하지만 AI로 희망을 움켜쥔 소식도 전해졌다. 호주 매체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호주의 데이터 분석가이자 기술 사업가인 폴 코닝햄은 암에 걸린 자신의 8살짜리 반려견을 위한 맞춤형 백신을 AI의 도움으로 개발했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종양의 성장을 막지 못해 수의사로부터 반려견의 수명이 수개월밖에 안 남았다는 소견을 들었으나,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데이터 분석 역량과 AI를 활용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는 오픈AI의 챗GPT로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구글에 노벨상을 안긴 '알파폴드'로 암 관련 단백질 구조를 분석했다. 알파폴드로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데이터로 변환, 이를 바탕으로 챗GPT의 조언을 들으며 문제를 찾았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진과 협력, 반려견의 종양 내 특정 돌연변이를 표적 삼아 설계한 맞춤형 mRNA 백신을 개발했다.
코닝햄은 규제에 부딪혀 치료에 대한 윤리 승인을 받는 데 3개월이 걸렸으나, 결국 지난해 12월 반려견에 맞춤형 백신을 투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는 극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종양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상태도 호전돼 다시 활동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빅테크만이 아니라 개인도 다양한 분야에서 AI로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AI는 여전히 칼과 같은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해치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데 쓰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