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5년 임기의 국회의원 500명을 뽑는 제16대 총선이 실시됐습니다. 수천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지만, 후보 대부분은 공산당 인사입니다. 형식은 선거지만 내용은 이미 정해진 정치 절차에 가깝습니다.
베트남 유권자들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전국 투표소 7만2000곳에서 총선 투표를 했습니다. 수도 하노이의 고층 아파트 단지 안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오전 일찍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단체로 투표소를 찾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국가선거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20분 현재 전국 투표율이 70%를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하띤·라이쩌우·라오카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율이 85%를 돌파했으며, 34개 성·시 가운데 31곳이 이미 50%를 넘기며 높은 참여 열기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투표는 오후 7시에 끝났습니다. 선거 결과는 오는 23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응우옌 티 킴(73)은 AFP 통신에 "이번 선거 이후 최고 지도자들이 베트남을 더 나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판 남 칸(22)은 로이터 통신에 "새로 선출되는 대표들이 젊은 세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청년들을 더 잘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총선 유권자 수는 7350만명이며, 864명이 국회의원 후보자로 나섰습니다. 이들 가운데 공산당원은 799명(92.5%)에 달합니다. 무소속 후보자는 65명(7.5%)에 불과합니다. 이는 5년 전 15대 총선 당시 74명(8.5%)보다 더 줄어든 수치입니다.
베트남은 헌법상 공산당이 국가와 사회를 영도하는 유일한 정치 세력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정당 경쟁 체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복수 정당 간 경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베트남에서는 무소속 출마가 허용되지만, 모든 후보자는 자격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후보가 걸러지기 때문에 실제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입니다.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는 중앙정부·기관 지명, 지방정부 지명, 자발적 추천 등 3개 경로로 입후보합니다. 국회 상무위원회와 공산당 전위조직인 조국전선위원회가 협의와 내부 검토를 거쳐 후보자를 최종 지명합니다. 이를 보면 공산당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베트남 국회는 최고 입법 기관이지만 주로 집권 공산당의 결정을 비준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음 달 소집될 새 국회는 첫 회의에서 서열 2∼4위인 국가주석·총리·국회의장을 확정합니다. 앞서 지난 1월 열린 제14차 전당대회에서는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68) 공산당 서기장이 재선에 성공했지요. 2024년 8월 서기장 자리에 처음 오른 그는 2031년까지 5년 동안 베트남 공산당을 다시 이끕니다.
럼 서기장은 국가주석 겸직도 추진하고 있어 그가 이례적으로 서열 1∼2위를 모두 차지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는 권력 균형을 위해 최고 지도부 직책을 분산해온 베트남 정치 관행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향후 권력 지형 변화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응우옌 카크 장은 "(국회가) 보여주기식 기관인 만큼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며 럼 서기장의 국가주석 겸직을 예상했습니다.
베트남은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정치 안정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 발전이 이어지면서 동남아시아의 주요 성장 국가로 부상했지요. 이러한 경제 발전 속에서 정치 체제 역시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치러진 선거로 평가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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