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기대감에 ‘빚투’ 다시 확산 조짐
신용대출·신용거래융자 동반 증가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강화 가능성"
최근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금융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주식 투자 수요와 시장 변동성이 맞물리며, 신용대출을 활용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약 104조3120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4335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기준 2월 말보다 약 1조4327억원이 급증했다. 현재 증가 속도가 유지될 경우 신용대출은 지난 2021년 7월(1조8637억원 증가)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증시 반등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에 다시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증권사 신용거래융자뿐 아니라 은행 신용대출을 활용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1일 기준 31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초 약 27조원 수준에서 4조원 가량 올랐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신용융자는 대출을 지렛대삼아 주식을 사서 고수익을 노릴 수 있으나, 주가 하락 때 담보가치 부족으로 보유 증권이 강제로 매각처분(반대매매)당하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신용대출 증가가 더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개인들이 단기간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투자자들은 마이너스통장이나 일반 신용대출을 통해 수천만원 단위 자금을 마련해 주식 투자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빚투 흐름이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증시가 상승할 때는 수익 확대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시장이 급락할 경우 투자 손실과 대출 상환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특히 신용을 기반으로 한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 하락 시 매도 압력이 확대돼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상환 기간이 짧고 금리 변동에 민감한 특성이 있어 금융 여건이 악화될 경우 가계의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용대출 증가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과열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기대감이 커질수록 개인들의 레버리지 투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가계부채 부담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수준까지 상승한 신용잔고는 시차를 두고 반대매매로 돌아올 수 있어 분명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신용대출 증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경우 대출 관리 강화 등 추가적인 대응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식 투자 자금 수요와 맞물려 신용대출이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는 움직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정적인 관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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