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종로구)
전기사업법 개정안
여름이면 에어컨 리모컨 앞에서 망설이고, 겨울이면 난방비를 아끼다 동파를 맞는다. 전기가 곧 생존인 시대의 씁쓸한 풍경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달 내는 이 전기요금은 과연 공정하게 매겨지고 있을까?
숫자가 먼저 답해준다. 2025년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약 4만7000원으로 2019년에 비해 무려 78.3%나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가구의 증가율은 56.2%에 그쳤다. 한 달 생활비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고소득층은 예나 지금이나 0%대(0.7%→0.8%)로 사실상 제자리지만, 저소득층은 3.7%에서 5.1%로 껑충 뛰었다.
소득이 3배 높다고 전기를 3배 더 쓰지는 않는다. 왜 이런 격차가 생길까? 전기 사용량은 소득과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달에 100만원을 버는 가구와 500만원을 버는 가구의 전기 사용량 차이는 고작 45kWh이다. 전기밥솥 하나를 한 달 내내 돌리는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에어컨과 인덕션이 일상이 된 지금, 전기는 밥이나 공기처럼 소득과 무관하게 ‘생존에 필요한 만큼’ 쓸 수밖에 없는 필수재다.
문제는 이 필수재의 가격을 정하는 ‘구조’ 자체가 객관적인 기준 없이 왜곡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는 무조건적인 요금 인하를 주장하거나 공기업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상식에 맞게, 옳고 그름의 기준에 따라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바꾸고자 이번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 내용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깜깜이’ 요금 기준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가져온다. 지금은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을 대체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 법률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 정부가 시행령이나 고시를 통해 그때그때 재량껏 바꿀 수 있는 구조다. 개정안은 5가지 핵심 기준을 법률에 직접 못 박았다. ① 합리적인 비용과 적정한 이윤만 요금에 반영 (적정 원가 및 이윤 반영) ② 가정용, 산업용 등 쓰임새와 전압에 따라 요금 체계를 명확히 구분 (공급종류·전압별 구분) ③ 전기를 쓰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뚜렷하게 명시 (이용자 권리·의무 명확화) ④ 원가를 투명하게 따져, 억울하게 남의 요금을 떠안는 일 없이 공평하게 부담 (이용자 간 부담 형평성) ⑤ 전봇대나 변압기 같은 전기 설비 비용을 누가 낼지 확실히 규정 (전기설비 비용 부담 명확화)
둘째, 가정용이 산업용을 책임지는 구조? ‘상세 영수증’을 공개하게 한다. 현재 한국전력은 가정용, 산업용, 농업용 전기요금을 다르게 매긴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내는 쪽이 싼 요금을 내는 쪽의 비용을 메워주는 ‘교차 보조’가 발생한다. 이게 정당한지 따져보려면 용도별 원가가 얼마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한전은 ‘영업 비밀’이라며 전체 비용 덩어리만 공개할 뿐이다. 개정안은 요금을 바꿀 때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용도별 공급 원가와 수익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했다.
셋째, 선택지 없는 독점 시장에서의 ‘누진제 바가지’를 금지한다. 만약 동네에 쌀가게가 딱 한 곳뿐인데, 두 포대째 살 때부터는 쌀값을 두 배, 세 배로 올려 받는다면 어떨까? 소비자는 다른 가게로 갈 수도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지금 우리가 전기를 사는 유일한 곳은 한국전력뿐이다. 이런 독점 구조에서 사용량이 늘수록 단가가 비싸지는 ‘누진 요금’을 적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개정안은 독점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생활 필수재인 전기에 누진 요금을 매기지 못하도록 했다.
전기요금의 결정 과정을 법으로 투명하게 통제하고, 원가 구조를 명백히 밝히며, 독점 구조의 불합리한 누진제를 없애는 것. 이것은 특정 집단과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대한민국 국민의 에너지 기본권을 상식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폭염과 한파 속에서 국민들이 요금 폭탄의 두려움 없이 생존을 위한 전기를 켤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을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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