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승 국가전략기술특허지원단 CPO
깊어지는 불경기와 대외적 불안 요소가 세계대전의 상황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의 기술 거버넌스와 특허전략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외적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선진국들은 그들만의 장벽과 카르텔로 우리의 수출과 핵심 공급망을 공격하고 교란한다. K-방산 수출을 정치적으로 돌려놓고, 다양한 무기로 우리의 경제와 기업의 판로를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특히, 선진국 진입 후의 국가 및 기술 경영에 대한 기본 계획의 보강이 필요하다.
선진국 진입 후의 ‘국가 기술 경영’은 독자 기술영역, 기술교류 영역, 기술 보호영역에 대한 전략과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는 기본적인 외교 스탠스와 안보 체계 등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국가 최상위의 전략적 과제이다.
미국과 중국의 틈에서 미국과 중국에 장벽없는 시장으로, 탈취하기 너무나 쉬운 기술의 공급원으로, 강매하기 쉬운 순진한 동맹국으로, 무혈로 꿀을 제공하는 먹기 좋은 농장 역할에서 벗어나 보다 촘촘하고 전략적이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건한 전략적 경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들과의 전략적 협업과 사이버보안 기술이 뒷받침된 철저한 안보체계가 중요하다.
주목할만 한 사례는 IMF 직후의 PC방 전략이다. AI안경이나 AR안경, 로봇체험방, 양자나 AI를 사용할 수 있는 연구시설 등이 그 시절 PC방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C방 역할은 불경기 IT 산업의 수요처이자 생태계를 진작시키고 기업과 기술을 키우는 구심점이 된다.
또 하나가 그 시절 취업 해야 할 인재를 수용했던 IT계열 대학원의 역할이다. 인턴 자리도 없던 IMF 시절 취업생들 중 상당수는 대학원을 진학했고, 그 인력들이 지금의 IT강국 대한민국의 리소스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PC방 역할과 IT 인력을 수용하고 미래인재를 양성할 대학원 역할의 연구소가 필요하다.
또한 대한민국의 경제를 보다 탄탄하게 유지하려면 양자, 로봇, 사이버보안과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에서 키플레이어를 육성하고 글로벌한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스마트폰,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하며, 기존 주력산업의 생태계와 시스템을 지켜내야만 한다. 임진왜란과 6.25도 결과적으로 잿더미만 남았지만 구성원들의 공동체 유지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재건할 수 있었다. 그러나, 500년 대국 조선은 내부 시스템 파괴자들로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은 구성원들이 시스템과 생태계를 굳건히 지켜야 할 시기이다. 특히, 기존의 추격형 중진국 거버넌스에서 벗어난 선진국 거버넌스, 선진 IP(지재권) 거버넌스가 필요한 때이다.
중국의 대만 공격과 미국과의 통상 문제 등의 대외적 리스크를 월등히 뛰어넘을 수 있는 전략적 기술 자산의 확대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세종대왕 시절의 과학기술이 당시 세계 최고인 것처럼 정치와 외교가 뒷받침된다면 더없이 큰 힘을 발휘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도 산업생태계와 공동체가 시련을 견뎌낼 수 있는 버팀력(최악의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구성원들의 힘)을 더욱 확고히 한다면 위기를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AI 기술이 있지만 오픈AI와 협력해 사용하는 것과 대체재가 없어서 중국 굴기에 장악당하는 것과는 협상력이나 여러 측면에서 천지차이다.
이런 전략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력을 더욱 키울 수 있고 선진 기업들의 횡포를 억제할 수도 있는 전략적 IP의 확보이다. 12대 국가전략기술 대부분의 특허 경쟁력에서 대한민국은 미국, 중국 다음의 3위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술수준 또한 단순 추격자에서 기술에 따라서는 프론티어 수준의 특허경쟁력도 갖고 있다. 이러한 특허경쟁력은 협상력을 높이고 시장 장악력을 강화시켜 결국 기업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경쟁력은 가격, 속도, 품질의 삼박자를 갖춘 최고의 공급망 플레이어에 있다. 한중일을 비교해도 가격과 속도, 품질을 다 갖춘 국가는 없다. 테슬라의 공급망, 아이폰의 공급망, 반도체의 공급망에서 우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곧 우리의 경쟁력을 입증한다.
그러나 SW산업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통의 SW 강자 미국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탈취 및 짝퉁문화가 강점인 중국에 유리한 산업구조라 안 그래도 취약한 SW산업에서 시장과 제도 및 의식까지 따라주지 못해 각종 해킹사태와 개인정보 탈취가 난무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회 혼란과 손실은 물론이고 기술 탈취로 이어지는 해킹사례가 늘어나 우리의 미래 이익과 경쟁력에까지 치명타를 주고 있어 어느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사이버보안 기술에 우리의 강점인 HW를 결합하고 공격적 IP를 확보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난 ‘2026년 CES’에서 삼성이 선보인 보안칩이 그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로봇청소기와 같은 가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현장에 이르기까지 이제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포함한 미래 양자 위협과 보안을 위한 칩셋은 다양하게 적용될 것이 자명하다.
세기말적 분위기의 위험한 대외정세와 경제상황에서 어느때보다 탄탄하고 촘촘한 전략적 기술 거버넌스와 IP 거버넌스로 우리의 강점을 더 살리고 부족한 점을 채우며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아래로부터의 절실한 버팀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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