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미사일 공격으로 불이 난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 EPA 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미사일 공격으로 불이 난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이유로 한국 등 주요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프랑스·영국을 직접 언급하며, 이들 국가가 군함을 보내 호르무즈 해협이 위협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적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보호하기 위해 동맹국과 주요 에너지 수입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겉으로 보면 국제 해상 교통로 안전을 위한 협력 요청이지만, 실제로는 중동 전쟁의 부담을 동맹과 파트너 국가에 분담시키려는 성격이 짙다. 아직 미국으로부터 공식적 요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 군함 파견 요청이 곧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함 파견 문제는 단순한 해상 경비 차원을 넘어선다. 우리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에 배치될 경우 이란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 한국 기업과 교민의 안전 문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청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동맹은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관계이지 일방적 부담을 감수하는 구조여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은 해적 대응과 선박 보호를 위해 아덴만에 청해부대를 파견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적 합의와 명확한 임무 범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중동 정세는 극도로 불안정하고, 확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이 군함을 보내는 순간 사실상 전쟁의 외곽에 서게 되는 것이다. 국회 비준 동의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는 외교적 압박이나 순간의 여론에 떠밀려 성급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라는 명분은 분명 일리있지만, 중동 분쟁에 군사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경우 감당해야 할 외교·안보적 부담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따라서 군함 파견 여부는 동맹의 요청이라는 이유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철저히 국익의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 에너지 수송로 보호와 한미동맹,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우리 기업과 교민의 안전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단이 아니라 냉정한 계산이다. 국익을 중심에 둔 전략적 판단만이 이 복잡한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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