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駐)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에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를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비전문가인데다 사회주의 신봉자였다는 게 이유다. 백 교수는 서울대 학도호국단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함께 1980년대 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을 결성한 사람이다. 사유재산제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부정하는 반국가단체인 사노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국가보안법 위반(반국가단체 구성 및 폭력혁명 선동 등)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된 뒤 수감 생활을 해오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지난 대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산하 국제기준사법정의실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경제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인물이 주OECD 대사로 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특명전권대사)는 파리 OECD 본부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해 경제·사회 정책 조정, 다자간 무역 규범 수립 , 회원국 간 협력 등에 참여하는 고위 외교관이다. OECD 이사회 등 선진국들의 모임에서 정책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경제부처 출신 관료가 임명되는 게 관례였다. 초대 대사인 구본영 전 과학기술처 장관을 비롯, 양수길, 권오규, 이경태, 김중수, 허경욱, 윤종원, 고형대 등 재정경제부나 한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맡아 국익 제고를 위해 일했다. 그런데 이런 전통과 관행을 깨고 사회주의를 외친 국제인권법 전문가를 자리에 앉힌 것이다. 물론 인권법 전문가를 기용했다고 해서 꼭 일을 잘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경제 인맥이 부족하고, 까다로운 통상법에도 익숙하지 않는 인물을 구태여 OECD 대사에 앉힌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백씨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OECD 회원국에 반해 과거 사회주의 계급혁명을 표방했으며, 민간인을 프락치(정보기관 내통자)로 몰아 폭력을 가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으로 구속된 전력까지 있다.
이번 인사가 유엔 대사에 이어 이재명 정부 탄생을 도운 데 대한 보은 인사가 초래한 대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9월 차지훈 변호사의 주유엔(UN) 대사 임명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거셌다. 차 변호사가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비외교관 출신임에도 불구,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이어서 193개에 달하는 회원국과 복잡한국제 현안을 다뤄야 하는 주요 요직에 임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간 대선 캠프 출신, 과거 성남시·경기도 산하기관 인맥, 그리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했던 변호인단을 정부 및 공공기관 요직에 대거기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해외 공관장 인사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또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도 필요없이 정부가 임명만 하면 되는 주OECD 대사에 사노맹 출신의 인물을 앉힌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1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