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의 원유가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는 유일한 해상 통로가 호르무즈 해협이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이 바닷길은 가장 좁은 곳이 39km에 불과하지만 세계 경제의 대동맥과 같은 곳이다.

이 좁은 물목은 예나 지금이나 전략적 요충지다. ‘호르무즈’라는 이름의 유래부터가 이곳의 성격을 말해준다. 조로아스터교 최고의 신(神)인 아후라 마즈다에서 비롯됐다는 설, 대추야자가 많은 땅을 뜻하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했다는 설, 그리고 그리스어 호르모스(만·항구)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전해진다. 명칭의 유래만 봐도 이곳이 오래전부터 항해의 중심지이자 신성한 물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고대 항해 지침서인 ‘에리트레아해 항해기’에는 이미 이 해협의 입구가 기록돼 있다. 10∼17세기에는 오르무즈 왕국이 이 일대 해상 교역을 장악하며 번성했다.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의 각종 물산은 이 해협을 거쳐 인도양으로 나가 세계 시장과 이어졌다. 16세기 무굴제국을 세운 바부르도 회고록 ‘바부르나마’에서 중앙아시아의 아몬드가 이 길을 통해 바다로 실려 나갔다고 적었다. 내륙에서 생산된 부가 세계로 흘러가는 마지막 관문이 바로 이 해협이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좁은 물길은 지금도 세계 에너지와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전략적 관문으로 남아 있다. 전 세계 해상 원유의 약 25%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이 곳을 지나간다.

이런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터지면서 또 다시 전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란의 전략은 분명하다. 군사력으로 미국을 이길 수 없으나 경제적 충격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그 핵심 카드다. 이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해상 운임과 보험료는 연쇄적으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물가는 뛰고, 소비는 얼어붙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50% 상승하면 세계 GDP가 최대 2%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당연히 미국은 해협 봉쇄 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지시에 따라 미군 중부 사령부가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중 하나를 감행해 하르그 섬의 군사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품위를 이유로 석유 인프라는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석유 저장 시설을 공격할 경우 국제유가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5개국에 군함 파견까지 요구했다.

다시말해 이란은 어떻게든 유가를 올리려 하고, 미국은 이를 눌러 내리려 한다. 그 대결의 무대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누가 이 물길을 쥐느냐에 따라 전쟁의 흐름이, 세계 경제의 향방도 달라질 것이다. 막힌 호르무즈 물길은 언제 다시 열릴 것인가. 전 세계는 지금 이 좁은 해협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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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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