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반납한 기획처… 이르면 이달 말 편성 가능성
취약계층 지원 확대… ‘지역화폐’ 활용할 듯
정부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주말까지 반납하고 예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추경은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 충격에 대응해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고 일부 맞춤형 지원은 지역화폐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추경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추경이 경기 부양보다 부채 확대와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처는 주말 사이 추경안 마련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한 달 내 추경 편성을 완료하라고 주문하면서 예산 당국은 곧바로 추경 편성 작업에 착수했다.
기획처 관계자는 “사무관들도 모두 출근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실무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추경 편성 작업에 속도를 낼 경우 ‘3월 말 4월 초’ 편성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획처는 각 부처 예산요구서를 취합해 추경안을 마련한 뒤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다. 이후 국회 의결을 거치면 실제 집행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 주문대로 일정이 진행되면 내달 말부터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추경에 속도를 낸 배경에는 중동 전쟁이 결정적으로 꼽힌다. 연초까지만 해도 정부가 추경을 편성할 경우 청년 고용난 완화와 소상공인 지원, 문화예술 분야 지원 등에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원·달러 환율까지 뛰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유가 충격에 대응할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힘이 실렸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추경 편성 지침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고유가 대응을 위한 물류·유류비 부담 경감, 소상공인 등 민생 안정 등이 꼽힌다. 이 대통령이 현금 지원보다 지역화폐 활용을 강조하면서 취약계층 지원은 지역화폐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자영업자와 농민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바우처 지급과 유가 상승 타격을 받은 유통·물류 업계, 수출기업 지원책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 규모는 10조∼20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기업 실적 호조로 법인세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2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삼성전자도 45조2000억원으로 31%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은 올해 법인세 수입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처는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불확실한 초과 세수를 전제로 확정적인 지출 계획을 세울 경우 이후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해지면 결국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연말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데 먼저 돈을 쓰고 나중에 세수가 들어오지 않으면 결국 남는 것은 빚”이라며 “물가를 잡으려 긴축하면 경기 침체가 더 심해지고, 경기를 살리려고 돈을 풀면 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