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카드사 휴면카드 1700만장 넘어…9.0%↑
현대카드, 휴면카드 ‘최다’…업계 전반적으로 늘어
PLCC 출혈 경쟁 부작용…비용 대비 효율 떨어져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장롱카드’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서로 뺏고 뺏기는 고객 유치 경쟁 벌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15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지난해 말 기준 휴면카드는 1724만3000개로, 전년 말(1581만4000개) 대비 9.0% 증가했다.
휴면카드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휴면카드 수는 1197만7000개였다. 2023년 말에는 1399만3000개를 기록했고, 2024년 말에는 1500만개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700만개도 돌파했다.
휴면카드는 최종 이용일 기준 1년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의미한다. 현금 인출과 하이패스 등 부가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이용 실적이 없으면 휴면카드로 분류된다.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실·도난이 생겨도 카드 소유자가 인지하기 어려워 금융 범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 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휴면카드가 가장 많은 카드사는 현대카드다. 현대카드의 휴면카드 규모는 267만1000개로 집계됐다. 전년 말(243만4000개) 대비 9.7% 증가했다. 뒤를 롯데카드(246만8000개), 신한카드(232만2000개)가 이었다. 롯데카드 역시 휴면카드가 2024년 말보다 12.6% 늘어났다. 이어 KB국민카드(231만5000개), 삼성카드(212만3000개), BC카드(193만9000개), 하나카드(179만1000개), 우리카드(161만4000개) 순이었다.
BC카드는 휴면카드가 2024년 말(122만5000개)보다 무려 58.3%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는 휴면카드 규모가 4.2% 감소했고, 신한카드 역시 0.1% 소폭 줄었다.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휴면카드가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우리카드와 신한카드의 실사용 카드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발급된 신용카드보다 휴면카드가 빠르게 늘면서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신용카드 대비 휴면카드 비중은 14.9%로 집계됐다. 2022년 말에는 11.5%였으나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 1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카드사 중에서는 BC카드의 휴면카드 비중이 48.44%로 가장 높았다. 롯데카드(18.38%) 역시 휴면카드 비중이 꾸준히 늘어났다.
휴면카드가 꾸준히 늘어나는 이유는 카드사의 ‘출혈 경쟁’ 때문이다. 특히 최근 카드사의 주요 고객 확보 전략이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로 옮겨가면서 휴면카드가 늘어나고 있다. PLCC는 특정 상업 브랜드와 카드사가 제휴해 해당 브랜드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말한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들은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전가하는 경우도 나온다. 하지만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카드사들은 출혈을 감수하면서 PLCC 출시에 열을 올렸다. 서로의 고객을 뺏고 뺏는 양상이 이뤄지면서 휴면카드도 늘어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일수록 카드사에 마케팅 비용 등을 많이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알짜 고객을 보유한 브랜드와 제휴를 맺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카드 발급 단계부터 비용이 발생하는데 고객들이 이를 쓰지 않으면 카드사의 부담은 증가한다. 고객이 휴면카드를 다시 이용하도록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면 효율은 더 떨어지게 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일반 카드에 혜택을 줄이고, PLCC나 프리미엄 카드에 혜택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서 “일반 신용카드를 많이 쓰지 않으면서 휴면카드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로서는 혜택이 많은 카드 위주로 쓰게 된다. 신용카드는 많아도 특정 카드로 몰아 쓰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PLCC나 프리미엄 카드를 많이 늘리다보니 휴면카드가 늘어났다”면서 “이용하지 않는 카드는 해지할 수 있도록 조치하면 휴면카드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바라봤다.
최정서 기자(emotion@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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