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도 “선거 승리 위해 호응 기대”… 이정현 반응 주목

돌연 사퇴 방침을 밝힌 뒤 잠행에 들어간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사퇴 이유를 묻는 연합뉴스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연 사퇴 방침을 밝힌 뒤 잠행에 들어간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사퇴 이유를 묻는 연합뉴스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를 불과 80여 일 앞둔 국민의힘이 미증유의 ‘공천 마비’ 사태로 치닫고 있다. 당의 체질을 뿌리부터 바꾸겠다며 투입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사퇴를 선언한 뒤 이틀째 잠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당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려는데 손발을 묶었다”고 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혁신 공천’의 전권을 쥐고 등판했던 이 위원장은 현재 여의도 숙소를 떠나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 휴대폰 전원을 끄고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의 접촉 시도를 일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퇴의 변을 단호하게 밝혔다. 그는 “지금 당은 그야말로 ‘코마(의식불명) 상태’인데, 비상 수단을 쓰지 않고 어떻게 살려내겠느냐”며 “공관위원장으로서 전기충격기라도 갖다 대서 멈춘 심장을 뛰게 하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막아선다면 내가 떠나는 길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그가 마련한 ‘전기충격기’는 구태 의연한 인적 구성과 지역구 세습 정치를 타파할 고강도 혁신안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위원장은 “즉흥적 발상이 아니라 정밀한 분석과 여론조사를 토대로 ‘혁신 처방전’을 완성해 놨는데, 이것이 관철되지 못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내 주류 세력의 ‘공천 나눠먹기’ 압박이 그의 혁신 의지를 꺾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읍소에 나섰다. 장 대표는 “지선 승리를 위해 위원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시 돌아와 혁신 공천을 완성해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위원장의 복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당력을 집중해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 한 중진 의원은 “애초에 전권을 주겠다고 모셔놓고, 막상 기득권을 건드리니 뒤에서 흔든 것 아니냐”며 지도부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터진 ‘공관위 증발’ 사태는 보수 진영의 고질적인 ‘내부 총질’과 ‘자리 보존’ 심리가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이 요구한 ‘전기충격기 수준의 쇄신’이 수용되지 않는 한 그의 복귀는 난망해 보인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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