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와중 16개국 기습조사
7월 하순 전에 결과 발표 목표
'제조업 공급 과잉' 새 카드로
스스로를 '관세의 왕'이라고 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무역법 301조 카드를 꺼냈다.
301조 관세 조사 대상으로 지목당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기아, LG전자 등 전자·자동차 수출업계는 긴장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1일(현지시간) 16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 절차인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인도 등 16개 경제주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상호관세 징수가 위법이라는 연방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곧바로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하면서 관세 논의는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중동전이 한창인 와중에 기습적으로 301조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USTR은 301조 조사 개시를 알리는 연방 관보 공지 문서에서 한국에 대해 "대규모 또는 지속적 (대미)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 생산능력과 과잉 생산의 증거가 보여진다"고 명시했다. 이어 한국이 글로벌 상품 무역 흑자를 유지하는 수출 산업 분야로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을 꼽았다. 그리어 대표는 '과잉 생산능력 및 과잉 생산'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추가 조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를 무역법 122조에 따라 부과된 10%의 관세의 150일 시한이 만료(7월 하순)되기 전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한국 등에 기존에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어 대표는 서면 의견 제출 및 공청회 참석 요청 접수창구 개설(3월 17일), 제출 및 요청 마감일(4월 15일), 공청회(5월 5일), 당사자 반박 의견 제출(공청회 7일 뒤) 등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했다.
무역업계는 우리 수출 주력인 전자와 자동차를 비롯해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 등을 USTR이 중점적으로 볼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는 이미 품목관세를 부과받은 적이 있으며, 특히 전기차의 경우 한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등을 이유로 301조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가전 역시 자국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301조로 압박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새 통상 압박 논리를 만들었다면서, 301조를 이유로 국내 기업의 현지생산 확대, 공급망 이전, 투자 확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이번 301조 조사에서 글로벌 제조업 공급 과잉 문제를 제기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통상 압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장 원장은 "한국에 대해서는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기계 등을 언급했는데, 석유화학 구조조정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조선과 자동차는 대미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 압박 강도가 약할 거 같지만, 철강과 석화 쪽은 공급과잉이 심한 산업이어서 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청와대는 USTR 발표 이후 "미국 측과 적극 협의해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예상된 수순"이라며 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익을 최대화하도록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