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이전 공급가격… MOPS 반영해 상한 산정

수출 제한·손실 사후 정산… 분기별 보전

가격 통제 부작용 우려… 전문가 “공급 위축 가능성”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검토 중인 12일 서울 노원구 한 주유소에 가격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검토 중인 12일 서울 노원구 한 주유소에 가격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동 사태 장기화로 유가가 급등하자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묶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 만에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정유 4사의 평균 공급가격인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상한선을 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적 결정이 미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유가를 가격 통제 방식으로 억제할 경우 단기적인 물가 안정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3일 자정부터 석유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적용 품목은 보통휘발유와 경유, 등유다. 고급휘발유는 선택적 소비재라는 점을 고려해 제외했다.

계산 방식은 ‘기준가격×변동률+제세금’이다. 기준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주간 단위 세전 가격으로 미국·이란 충돌 이전 수준을 적용한다. 이후 최고가격은 직전 최고가격을 기준으로 변동률을 반영해 조정한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 변동률을 반영한다. 이후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을 더해 최종 가격을 정한다. 다만 도서 지역은 운송비 등을 고려해 5% 범위에서 별도 가격 적용이 가능하다.

최고가격 조정 주기는 2주 단위로 설정할 방침이다. 유가 반영 시차가 통상 2주 가량 걸리고, 정부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다.

최고가격 설정과 함께 수출도 제한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 물량의 100% 수준으로 묶어 국내외 가격 차이를 이용한 과도한 해외 전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최고가격제로 발생하는 손실은 사후 정산 방식으로 보전한다. 정유사가 손실액을 산정해 공인회계법인 검증을 거쳐 정산을 요청하면 정부는 ‘최고가격 정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기별로 보전할 계획이다.

다만 시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산업부는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을 “유가 불안정 상황이 안정되는 시점”이라고만 밝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종료 시점이 불투명해 공급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유가는 쉽게 안정되기 어렵고, 제도가 오래 지속되면 정유사들이 버티기 어려워진다”며 “가격 상한제는 짧고 굵게 운영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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