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우려에 대출 부실 선제 대응

은행권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움직임

금융당국도 연체율·부실채권 추이 면밀 점검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고 있다. 기업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들이 '곳간 채우기'에 나선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대출 자산 건전성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부담이 이어질 경우 기업과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은행권 연체율은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21%에서 2025년 말 0.50%로 상승하며 4년 연속 증가했다. 연체율이 0.5%를 넘은 것은 2015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크게 뛰었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0.72%로 전년 동기 대비 0.10%포인트(p) 올랐고 대기업 연체율(0.12%)도 0.09%p 상승했다.

금감원은 "신규발생 연체채권 감소, 연체채권 정리규모 증가 등에 따라 전월 대비 하락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을 대비해 취약 부문·업종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실채권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부실채권(NPL) 커버리지 비율'도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평균 175.6%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0.7%p 떨어졌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연체 3개월 이상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의 비율이다. 은행 건전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에 대비가 잘 돼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이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주요 은행의 충당금 전입액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농협은행이 약 223.1%로 5대 은행 중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음으로 우리은행이 180.9%, 국민은행 174%, 신한은행 164.4%, 하나은행이 약 160%대 초중반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전년도(165.4%) 대비 소폭 하락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부실채권 규모의 약 1.6~1.8배에 해당하는 충당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향후 부실 확대에 대비한 '방어막'을 마련해 둔 셈이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미리 적립하는 준비금으로 향후 손실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충당금을 충분히 확보하면 예상치 못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시장 점검 과정에서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과 NPL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건전성 관리 조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기 둔화 가능성을 감안해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충당금 적립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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