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더밀크 대표

지난 3월 2일부터 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6’에 다녀왔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지능의 시대’(The IQ Era)였다. MWC는 단순한 통신 기술 전시회가 아니었다. 국가 기술 경쟁 그 자체였다. 현장에서 느낀 중국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고,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CES 때보다 더 강렬했다.

올해 처음으로 중국관이 공식 설치됐고, 화웨이·ZTE·샤오미·아너·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빅테크들이 대형 부스를 꾸렸다. 과거 MWC에서 ‘가성비 좋은 추격자’였던 중국 기업들은 이번에는 달랐다. 추격형 제품에서 혁신 선도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화웨이는 에이전틱 코어솔루션과 6㎓ 대역 전체 제품군을 공개했다. ZTE는 세계 최초 에이전틱 스마트폰과 6G 프로토타입을 선보였고, 아너는 로봇폰(Robot Phone)으로 장내를 뒤흔들었다. 전시장 곳곳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보하고 인공지능(AI )안경이 전시됐다. AI가 칩·단말·네트워크·서비스로 수직 통합되는 장면이 반복됐다.

이 모든 장면은 MWC 직후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보고 나서야 퍼즐이 맞춰졌다. 중국은 올해 양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스마트 경제’(智慧經濟)를 공식 제시했는데, MWC 현장과 정확히 겹쳤다. 2024년 ‘AI 플러스(AI+)’, 2025년 ‘AI 플러스 심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이 선언의 핵심은 AI가 효율화 도구를 넘어 자원 배분·산업 조직·서비스 전달 방식 자체를 재편하는 경제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대형 언어모델 경쟁보다 ‘상용화’(commercialization)에 방점을 찍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에는 AI 에이전트, 체화 AI(Embodied AI), 군집 지능(Swarm Intelligence)이 명시됐다. 연구실에서 현장으로, 알고리즘에서 물리 세계로 AI를 옮기는 실행 능력이 중국의 진짜 무기다.

중국 전략의 또다른 핵심은 표준과 플랫폼 장악이다.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모델 큐웬(Qwen)은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공식 AI 시스템으로 채택됐다. 딥시크와 큐웬은 글로벌 오픈소스 AI 사용량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표준을 선점한 나라가 질서를 만든다는 논리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경쟁의 본질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이 수출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제품이 아니다. 2025년 기준 중국 AI 산업 규모는 1조2000억위안(약 174조원)을 넘었고, AI 기업 수는 6200개를 웃돈다. 화웨이 5G·스마트시티 플랫폼·AI 관리 시스템이 세계 각국 인프라에 깔리면, 그 위에 데이터 규칙과 기술 표준이 중국식으로 올라간다. 옛 소련이 이념을 직접 수출했다면, 중국은 기술·산업을 먼저 심고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확산시킨다.

한국은 이 대전환 앞에서 어느 위치에 서 있을까? MWC 전시장에서 삼성은 갤럭시 S26 생태계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SK텔레콤은 ‘풀스텍 AI’를 내세웠지만, AI로 인프라와 산업 전체를 엮는 중국 기업들의 시스템 전략과 비교하면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기술은 미국, 산업은 중국과 연결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독자 포지션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어 보였다.

한국의 활로는 중국처럼 대형 언어모델을 만들거나 미국처럼 프론티어 AI를 주도하는 데 있지 않다. 기업 차원에서는 반도체·조선·배터리·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에 AI 수직 모델을 빠르게 심고,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가 결합하는 영역에서 정밀 제조 역량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국가 차원에선 “AI 잘하자” 수준을 넘어 제조·에너지·데이터센터·산업정책·규제개혁을 묶은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MWC 2026은 ‘지능의 시대’(The IQ Era)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 전시장에서 가장 선명히 눈에 들어온 것은 중국의 ‘실행 지능’이었다. AI를 경제의 두뇌로 만들겠다는 나라가 표준·플랫폼·인프라를 동시에 장악해 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생존을 넘어 번영해야 하는 한국에게 질문은 하나다. ‘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답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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