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환율 변동성 확대 경계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 점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이 당분간 통화정책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보다는 '신중한 중립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와 성장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환율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경제 여건 변화를 지켜보며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판단이다.
◇중동 리스크에 통화정책 '관망'… 한은 "당분간 중립 기조 유지"
한은이 12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물가는 목표 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도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연 2.50% 수준에서 유지해 왔다.
다만 최근 들어 중동 지역 분쟁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크게 확대됐다.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주요국 통화·재정 정책, 반도체 경기 흐름 등에 더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와 성장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고서를 주관한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중동 상황 등으로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도 기자설명회에서 "대외 상황 전개가 굉장히 불확실한 만큼 관련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시장 안정 조치를 지원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역시 주요 점검 대상으로 제시됐다.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비수도권으로 상승 흐름이 확산되는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 추세적인 안정 여부를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향후 통화정책은 특정 방향으로의 기대를 형성하기보다는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제지표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 여전… 반도체 경기 견조"
보고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 요인도 주요 이슈로 점검했다. 글로벌 물가는 2022년 이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요·공급·정책 측면에서 상방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022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둔화돼 왔고 올해도 대체로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수요와 공급, 정책 측면에서 여러 리스크 요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국의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와 확장적 재정 기조는 물가의 수요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에 따른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도 공급 측면의 위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서는 AI 산업 성장에 따른 수요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최 국장은 "AI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올해까지는 반도체 경기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AI 투자 조정 등으로 수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관련 상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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