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한국·EU 등 16개 경제주체 타깃 구조적 과잉생산 집중 조사…7월쯤 결론 목표
대법원 상호관세 무효화 따른 대체용 조치…청와대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게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15개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사실상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실질적 행동으로 가시화되자 청와대는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서 확보한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 시간) 관보를 통해 한국과 EU를 포함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인도 등 16개 경제주체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1974년 제정된 미 무역법 301조는 해외 시장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발견될 경우 미 행정부가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미국의 핵심 통상 무기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이번 조사가 제조업 분야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과잉 설비와 생산에 관련된 특정 국가의 정책 및 관행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USTR은 보조금 지급, 억제된 국내 임금, 국영 기업의 비상업적 활동, 외국 수출품의 시장 진입을 막는 시장 장벽, 부적절한 환경 및 노동 보호, 보조금 성격의 대출, 금융 억압 및 환율 관행 등을 구체적인 불공정 행위로 지목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대규모 무역흑자를 문제 삼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USTR은 관보에서 한국이 전자 장비,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철강, 군함 및 선박 분야에서 글로벌 상품 무역흑자를 유지하며 구조적 과잉생산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24년 한국의 무역흑자가 520억달러에 달했고 대미 양자간 상품 및 서비스 흑자는 560억달러로 폭증했다는 수치를 직접 거론했다. 또한 한국 정부 스스로 석유화학 부문 설비 감축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번 301조 조사는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기반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무효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대체용 성격이 짙다. 미국은 무효화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고자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를 긴급 도입했으나 이 조치는 150일만 적용할 수 있어 오는 7월쯤 만료된다.
USTR은 122조 관세 효력이 다하기 전 301조 조사를 마무리해 관세 장벽을 끊김 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달 17~다음 달 15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5월5일 관련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청회 이후 7일 이내에 당사자들의 반박 의견을 접수한 뒤 USTR이 최종적으로 관세 부과 등 대응 조치를 제안하는 수순을 밟는다.
USTR은 또 향후 강제노동, 디지털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책정, 수산물 및 쌀 시장 접근 등과 관련해 60여개국을 상대로 한 추가 조사도 예고했다.
사전 예고된 조치인 만큼 청와대도 맞춤형 대응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국 측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후 무역법 301조를 통해 기존 관세를 복원해나간다는 입장이었다”며 “정부는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서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고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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