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DB손보·미래에셋 등 48곳
삼전 추가 시 23조원으로 늘어
기업들, 경영권 방어 취약 걱정
황금주 등 대응방안 마련 시급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2주 만에 기업들이 무려 7조원에 이르는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는 기업 밸류업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되기 전인 2023년 연간 소각된 자사주 물량(4조8000억원)의 배에 가까운 숫자다. 이 추세면 역대 최대였던 작년 기록(21조4000억원)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 상법은 이재명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엑스(X·옛 트위터) 본인 계정에 “자사주 소각 입법이 한시라도 빨리 되면 좋겠다”며 “해는 짧은데, 갈 길이 멀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SK증권이 11일 공개한 ‘상법개정 효과, 자사주 소각기업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이후 전날까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48곳, 6조9790억원으로 조사됐다. 법안은 지난 6일부터 시행됐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전날 사업보고서에 공시한 ‘올 상반기 중 16조원 규모 자사주 매각’은 제외됐다. 이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23조원으로 불어난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1년 6개월의 소각 유예기간을 뒀지만, 기업들은 주총 이전에 자사주 소각을 공식화하며 정부 정책에 발을 맞췄다.
대표적으로 SK㈜는 전날 발행 주식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4조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SK㈜는 작년 9월말 기준 자사주 비중이 24.8%로 높은 편에 속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5.7%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DB손보(7981억원), 미래에셋생명(4240억원), 롯데지주(1663억원), 대신증권(1176억원) 등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식화했다.
임직원 보상 등 일정 사유가 아닌 이상 기업들은 신규 자사주를 취득할 시 1년 이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1년 6개월 내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기업들은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경제계는 합병 등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해당 사항이 없다며 소각 의무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 법은 다른 주요국과 달리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 등을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KCC에 대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의 유동화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고, 태광산업에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서한을 보냈다. 팰리서캐피탈(LG화학),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DB손보·코웨이 등), 라이프자산운용(BNK금융지주) 등도 주주행동에 나섰다.
경제계는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 등 보완 입법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작년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황금주를 통해 경영권을 지킨 사례가 있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전 한국경제연구원장)는 “3차 상법 개정안 통과에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가 더 어렵게 됐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단 하나도 없다”며 “황금주·포이즌필 도입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응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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