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첫날부터 산업 현장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하루 동안 하청 노조 407곳(조합원 8만1600명)이 원청 221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 요구의 대부분은 민노총에서 나왔다. 하청 노조 407곳 가운데 357곳이 민노총 소속이었다. 금속노조 산하 하청 노조 36곳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한화오션 등 원청 16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건설산업연맹도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원청 90곳을 대상으로 교섭 요구에 나섰다. 한국노총 소속 하청 노조는 42곳으로, 포스코·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등 원청 9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곧바로 대규모 교섭 요구가 쏟아진 것이다. 법 시행 첫날부터 교섭 요구가 쇄도한 것은 노사 관계가 새로운 갈등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원청 입장에서는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대응 자체가 쉽지 않다. 하청업체, 원청, 복수 노조가 얽혀 있어 교섭 구조가 복잡하고 책임 소재도 불명확한 실정이다. 교섭 단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원청 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등을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곳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원청과 하청 노노 간 이해 충돌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기업 경영환경 역시 변수다. 최근 이란 전쟁, 공급망 불안,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확대된다면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우 교섭 요구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갈등을 키우면 경쟁력만 약해진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산업 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따라서 노사 모두 갈등이 아닌 상생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조는 무리한 요구로 현장의 혼란을 키우기보다는 책임 있는 교섭 자세를 보여야 하고, 기업 역시 변화된 제도 환경에 맞춰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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