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작전 되레 이란 결속만 강화

값싼 자폭 드론으로 취약점 노려

이란인, 반정부 봉기 대신 ‘결집’

유가 급등에 美 여론도 악화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황은 당초 워싱턴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부 제거와 정권 내부 균열을 노린 ‘참수 작전’이 오히려 이란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 언론들은 이번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오판에서 출발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미 행정부가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면 정권 지휘 체계가 붕괴되거나 최소한 심각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달랐다.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부와 군 수뇌부 상당수가 사망했음에도 이란은 공격 직후 곧바로 반격을 개시하며 전선을 유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전쟁 초기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역의 미군 시설과 군사 인프라를 겨냥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카타르와 바레인 등지의 미군 기지와 레이더 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일부가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값싼 자폭 드론 등을 활용해 중동 전역의 미군 레이더와 통신 시설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는 미사일 방어 체계의 취약점을 노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투력을 회복한 배경에는 ‘모자이크 방어’(Mosaic Defense)라는 군사 교리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전략은 지도부가 공격으로 제거되더라도 군 조직이 자동적으로 작동하도록 지휘 체계를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군사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국을 30여 개 작전 단위로 나눠 각 지역 지휘관이 독자적으로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즉 중앙 지도부가 타격을 받더라도 군사 행동이 멈추지 않도록 만들어진 구조다.

이 때문에 미군의 참수 작전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군사 전문가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군사 교리는 애초에 장기전에 대비해 설계됐다”며 “지도부가 제거돼도 전쟁이 멈추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했던 또 다른 시나리오도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바로 이란 내부의 반정부 봉기다. 워싱턴은 최고지도자 제거와 공습 충격이 체제 반대 세력의 봉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애국적인 이란 국민이 정부를 접수하라”고 적었다.

그러나 개전 이후 지금까지 이란 내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나오지 않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집회를 열고 하메네이 사망을 환영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에 거주하는 이란 이주자들 뿐이다.

이란은 페르시아계가 약 60%를 차지하고 아제르바이잔계, 쿠르드족, 루르족, 발루치족 등이 섞여 있는 다민족 국가다. 평소라면 자치권 확대나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부의 공격이 시작되자 내부 갈등이 일시적으로 봉합되는 전형적인 ‘전시 결집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쿠르드 세력 역시 미국의 기대와 달리 움직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기 이라크 북부 쿠르드 민병대가 이란 영토로 진격해 지상전을 벌일 경우 이를 적극 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쿠르드 세력은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시리아 내전과 터키 국경 분쟁 과정에서 쿠르드 세력이 미국의 지원을 받다가 방치됐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에너지 시장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120달러에 근접했다. 중동 정세에 민감한 국제 에너지 시장이 즉각 반응하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미국 내 여론도 변수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전쟁 찬성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고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반전 여론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소득은 없고 비용만 치른 이번 이란 공습전은 이란의 군사 능력과 이란 사회의 결속력을 과소평가한 오판의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중동 전문가는 “아버지가 미워도 외부에서 공격하면 가족이 뭉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며 “외국군의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란 국민이 미국을 환영할 것이라고 기대한 것 자체가 전략적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10일 또다시 대대적인 공습을 벌였다. 이란 역시 중동 전역의 미군 시설과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했던 ‘정권 붕괴 시나리오’는 실패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성과와 관계 없이 일방적으로 이란이 무조건적 항복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히며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종의 ‘정신승리’인 셈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