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 ‘대한민국 약제비 구조 개혁방안’

나영균 배재대 교수 “성분명 처방 등으로 13.5조 절감”

의협, 국회서 성분명처방 저지 궐기대회

“같은 성분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 [대한의사협회 제공]
성분명 처방 저지 궐기대회 [대한의사협회 제공]

다른 이름의 의약품이라도 성분이 같다면 바꿔서 처방할 수 있게 하는 ‘성분명 처방’ 관련 법 개정 문제가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국회에서 ‘성분명 처방’ 관련 법 개정을 준비하는 와중에 가운데 학계 일각에선 성분명 처방 등으로 약품비 지출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사 단체들은 성분명 처방이 현실화하면 의약분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11일 ‘대한민국 약제비 구조의 개혁방안’이란 주제의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나영균 배재대 보건의료복지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성분명 처방 의무화 등을 도입하면 27조원에 이르는 약품비 지출이 절반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나 교수가 인용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약품비 지출은 2011년 13조1000억원에서 2024년 27조원으로 불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5’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약제비는 2023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969달러(현재가 약 142만원)로, OECD 평균 658달러보다 47.3%나 많았다.

나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국민 의료비의 20.5%를 약제비가 차지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1인당 약제비가 1432달러로 더 많지만, 의료비 대비 비중은 11.5%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나 교수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제네릭(복제약)을 많이 쓰면서도 약값이 줄지 않는 현실을 꼽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복제약의 가격을 처음 개발된 오리지널약 가격의 53.55%로 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 장벽이 일종의 ‘하한선’처럼 장기간 유지돼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게 나 교수의 진단이다. 나 교수는 “주요 선진국에선 제네릭 진입 초기에는 오리지널약 대비 50∼60%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더라도 다수의 경쟁자가 진입함에 따라 1년 안에 오리지널약의 10∼20% 수준으로 가격이 급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의사가 성분명이 아닌 특정 브랜드명으로 처방하는 상품명 처방 관행 때문에 약사가 동일한 성분의 더 싼 제네릭으로 약을 교체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국내 대체조제율이 0.79%에 머무른다”고 밝혔다.

이어 “성분명 처방 의무화, 참조가격제 도입, 제네릭 경쟁입찰제를 종합적으로 시행하면 현행 약품비의 절반 수준인 13조5000억원을 한해에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의사 단체들은 성분명 처방이 2000년에 이뤄진 의약분업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맞섰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연 궐기대회에서 “의사는 진단과 처방을, 약사는 조제와 복약지도를 담당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대원칙”이라며 “만약 성분명 처방이 강행되면 이를 의·약·정 합의의 일방적 파기로 간주하고 의약분업 제도 자체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동일 성분이라도 임상 반응은 천차만별”이라며 “특히 소아와 고령자, 중증질환자처럼 건강이 취약한 국민들께 이런 작은 차이는 생사를 가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처방 주체와 책임을 모호하게 만드는 성분명 처방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광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