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미 해군, 유조선 성공적으로 호위”

백악관 “유조선 호위 안 해”… 라이트 장관 발표 부인

미국이 이란을 겨냥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전개 중인 가운데 세계 최대 에너지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내 유조선 호위 작전 여부를 두고 미 행정부 내에서 초유의 혼선이 빚어졌다. 내각 인사가 작전 성공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백악관이 이를 공식 부인하며 혼선을 초래하며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이었다. 라이트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미 해군이 글로벌 시장의 석유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이란 군사 작전 중에도 글로벌 에너지 안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는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실질적인 민간 선박 보호 조치로 해석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백악관은 라이트 장관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같은 날 백악관은 공식 발표를 통해 “미 해군은 현시점에서 호르무즈 해협 내 유조선 호위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라이트 장관이 ‘에너지 안보 관리’의 성과로 내세운 작전 실체를 백악관이 전면 부인하면서, 미 정부 내 국가안보 사안에 대한 컨트롤타워 기능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군사 작전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부처 간 엇박자가 노출되면서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혼선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 유례없는 압박을 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이란의 해협 봉쇄 움직임으로 유가가 요동치자 해군력을 투입해 원유 수송로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이란이 수송로를 차단할 경우 기존보다 “20배 강한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하며 무력 충돌의 위기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경유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경제의 ‘생명선’으로 불린다. 미 정부 내의 이번 혼선 초래는 작전 수행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의도인지, 혹은 단순한 소통 오류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에너지 수송로를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실제 군사력 투입 여부를 두고 백악관과 에너지부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 연합뉴스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 연합뉴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권순욱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