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에 달러 기준 소득 정체
대만·일본에 다시 밀려… 성장률도 1%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2년째 ‘3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원화 기준 경제 규모는 꾸준히 커졌지만 환율 상승으로 달러 기준 소득 증가가 제한되면서 국민소득이 장기간 정체된 모습이다. 최근 중동 분쟁 여파로 환율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4만달러 진입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855달러로 전년(3만6745달러)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원화 기준으로는 5241만6000원으로 4.6% 늘었지만 달러 기준 증가폭은 거의 제자리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환율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약 1420원대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기준 소득이 늘더라도 달러로 환산할 경우 증가폭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원화 기준 2663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그러나 달러 기준 GDP는 1조8727억달러로 오히려 0.1% 감소했다. 원화 절하 영향으로 달러 환산 성장률이 원화 기준보다 4.3%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 3만달러를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해 2021년 3만7898달러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2022년 원화 가치 급락 영향으로 3만5229달러로 떨어졌고 이후 3년째 3만6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소득이 12년째 ‘3만달러 구간’에 갇힌 셈이다.
이 사이 주요 경쟁국과의 순위도 다시 뒤집혔다. 한국은 2023년과 2024년에는 일본과 대만을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두 나라에 다시 추월당했다.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NI는 4만585달러로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일본 역시 3만8000달러 초반대로 집계돼 한국을 앞질렀다.
김화용 한국은행 국민소득부장은 “대만은 IT 제조업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높아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크게 받았다”며 “일본은 기준연도 개편 영향으로 경제 규모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 자체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1.0%로 코로나19 충격이 있었던 2020년(-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중동 전쟁과 국제유가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변수에 따라 2% 안팎의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부장은 “(이란 사태 여파가)국내 성장이나 물가가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각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 영향을 현 시점에서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환율 영향이 없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27년쯤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번 충격의 경제적 여파는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조기 종료된다면 올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나마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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