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정보 유출 사고를 낸 기업에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징벌적 과징금'이 현실화됐다.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산업의 혁신 동력을 꺾을 수 있다며 보호에 치우친 현재 정책과 균형을 맞춘 '안전한 활용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0일 징벌적 과징금 내용을 포함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공포하고 오는 9월 11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9일 개인정보위와 유관 학회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근 개인정보 관련 정책이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연이어 터진 해킹과 유출 사고로 위원회의 기조가 보호와 제재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은 "최근 사고들로 인해 정책이 보호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있다"며 "기존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 체계는 AI 시대에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만큼 동의 없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당성 요건을 빠르게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플랫폼 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원본 데이터 학습이 필수적이지만, 현재의 촘촘한 규제망 안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은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을 위해 원본 정보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고, 김종엽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 역시 인공지능 시대에 원만한 데이터 구축을 위해서는 현행 사전 동의 방식만 가지고는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활용에 있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왔다. 보호도 중요하지만 정보를 왜 보호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학계와 업계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단순한 제재를 넘어 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인센티브와 새로운 활용 모델을 제시했다.

'제로트러스트'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필수적으로 감경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자발적인 보안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본 개인정보 활용 특례' 도입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공익적 목적의 AI 학습 시 강화된 안전 장치를 전제로 원본을 활용할 수 있는 특례를 추진 중"이라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생태계 활성화 방안도 구상한다. 정보 주체가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다운로드해 사적 위임 계약을 맺고 경제적 이득을 챙길 수 있는 '한국형 개인데이터저장소(PDS)' 시범 사업을 올해 도입할 계획이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과징금 10%라는 채찍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개인정보위가 약속한 과징금 감경과 AI 특례 법안 등 '당근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현장에 적용될지가 올해 플랫폼 업계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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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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