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에 '환율'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제유가가 뛰고 원달러 환율까지 1500원에 육박하면서 기업 손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대형마트, 식품기업들이 고환율 방어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가공식품 기준 주요 수입 원부재료는 수입돈육과 농수산물 등이다"며 "환율 상승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수십억에서 많게는 300억원대까지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밀가루, 설탕 등 소재류 식품의 경우 원맥, 원당 등 곡물가 상승으로 인해 수백억원대의 원가 상승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환율이 10% 상승 시(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하고, 각 외화(USD)에 대한 원화의 환율만 변동), 세후 이익이 약 39억원 감소한다고 보고 있다.

대상의 경우, 환율 5% 상승시 세전이익이 50억원 내외 감소하고, 10% 상승 시 1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수산물(순수 원물 그대로 수입해 온 것) 기준으로, 환율이 100원 오를 때 원가가 5% 정도 상승(환율 이외의 원가 상승 요인도 포함)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 영향은 품목별로 다른데, 국내 식품기업 A사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가공식품 B품목에 1만2000달러의 원가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달러당 1470원 기준으로 약 1769만원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환율 1500원'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고환율 방어 대책을 짜고 있다.

특히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환율 상승세에 물가가 뛰어 소비자들이 아예 지갑을 닫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2%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 마트의 수입 냉동새우 품목 가격이 심상치 않다. 작년 3월 롯데마트에서 2만3900원(정상가) 하던 '껍질벗긴새우(750g)'가 이달 기준 2만5900원으로 8% 뛰었다.

이에 롯데마트는 2025년 11월,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할 냉동새우 물량을 사전 계약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계약 수량도 올해 운영 물량 대비 약 10% 확대했다.

이마트는 마트·트레이더스·에브리데이 3개 사업부 본격적인 통합매입을 통한 대량 매입으로 대응한다. 아몬드·냉동과일·올리브유 등 주요 원물을 1년치 연간 수매 계약으로 조달하는 식이다. 과일은 바나나의 경우 에콰도르, 베트남, 필리핀, 페루 등 산지를 다양화해 운영하고, 냉동육은 환율 상승 전 비축해둔 상품을 확대 운영 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 외에도 아일랜드산 소고기 신규 운영을 통한 냉장육 산지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컬리는 기존 판매가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제조사·수입사와 공급가 조정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제품 생산국을 변경해 대체 상품을 발굴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컬리 관계자는 '서유럽 쪽에서 단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어 튀르키에 등 지역으로 대체 상품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물류 효율화와 판가 최적화 등 원가 구조 개선 책을 마련 중이다.

원가 상승 요인이 쌓여감에도 주요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맞춰서 가격인상을 검토하지는 않는 게 유통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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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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