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등 장중 110달러 넘기도

중동전 장기화에 ‘감산 러시’

亞·EU 증시 ‘요동’… 패닉셀

韓, 유가·물가·환율 ‘3高’ 위기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격화하면서 9일 국제유가가 단숨에 100달러를 돌파했다. 장 중 한때 110달러선을 넘기도 했다.

심리적 저지선인 100달러가 무너지면서 이제 150달러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유(WTI), 브렌트 선물가격은 모두 장중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년 만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 시장이 오일쇼크를 겪은 197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유가 급등은 과거 1973년(1차), 1979년(2차)에 있었던 2차례의 오일쇼크와 비견된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당시 국제유가가 약 160% 급등했는데, 이날 국제유가도 올 초 50달러대에서 석달 만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석유파동은 중동에서의 전쟁, 핵심 수송로 폐쇄, 산유국 감산 등 3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나타나는데, 현 상황은 이에 모두 부합한다.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전 중이며, 글로벌 원유 수송의 20%가량을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봉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도 감산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를 정제·가공해 판매하는 바레인도 이날 이란의 공격을 받고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글로벌 증시는 요동쳤다. 유럽 대형주 지수인 유로스톡스50와 독일 지수 DAX 등 유럽 증시는 현지시간으로 9일 개장 직후 곧바로 2%대로 급락했으며, 일본 니케이225(-5.20%), 홍콩 항셍(-1.48%), 중국 상해종합(-0.67%), 베트남 호치민VN(-6.55%)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국제유가가 가진 파급력 때문이다. 국제유가로 인해 운송비와 생산비가 오르면 소비는 얼어붙는다. 물가는 올라가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50% 상승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95%, 에너지 수입이 전체의 25%에 이르는 한국 경제는 국제유가에 더 취약하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96% 떨어져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이달 초부터 이미 치솟기 시작했으며, 주요 소비재 가격에도 조만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달러 당 1500원 선에 턱 밑까지 진입한 환율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유가·물가·환율’이 동시에 치솟는 ‘3고(高)’ 압박에 직면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 실업 증가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며 “과거 고점이던 18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에너지 안보 체계를 재점검하고 물류 대란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수립해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임주희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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