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前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이란의 공격 위협으로 지난 3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전무한 상태가 되자 9일 뉴욕상품거래소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장중 한때 11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편 이란은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하에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 이란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첫째, 이란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용납할 수 없다고 거부했던 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차남을 후계자로 선출했다. 군부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새 지도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노선을 추구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이란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며칠 간 다소 약화되었던 미군과 이스라엘 군의 폭격과 이에 대응하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반격이 격화될 것이 불가피하다.

둘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함에 따라 군사적 대결과는 별도로 석유시장과 국제 여론을 무기로 하는 비대칭적인 다른 차원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비대칭적 전쟁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이로 인한 석유 공급 애로와 가격 앙등을 비롯한 경제적 충격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다시 그 영향은 미국에 대한 책임론을 비등하게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우회적인 경제와 여론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셋째, 이 우회적인 전쟁에서는 군사적 대결과는 반대로 이란이 공격하고, 미국이 당하는 역할 전환과 더불어 세계경제가 사실상 전쟁 포로의 위치에서 고통받는, 보다 심각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국면의 전쟁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오래 계속될 것인가? 백악관은 향후 4~6주 내로 작전 목표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작전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무조건 행복’이다. 지난 8일간 미군은 이란 내에 3000개 이상 목표물을 타격한 것도 부족하여, 향후 4~6주 더 ‘장대한 분노’(Epic Fury)로 이란을 초토화함으로써 이란 정부의 유지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무조건 항복’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극도의 혼란’(Maximum Chaos) 작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즉 이 전략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나라를 가리지 않고 걸프 만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에 따라 이란은 미군 시설 파괴를 빌미로 인접국 이라크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란은 이미 이번 전쟁으로 국가 최고지도자와 여학생 168명을 포함하여 최소 1100명의 사망자를 냈다. 1980년 9월에서 1988년 8월까지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을 치렀으며, 20년이 넘는 장기간의 국제 제재를 받아 왔다. 이란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생존’이다. 이란이 역사적으로 극단의 상황에서 국가의 생존을 지속해 온 강인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걸프 지역의 모든 수출국이 ‘불가항력’을 선언하게 될 것”이며, 걸프 만의 석유 생산과 수출이 중단되면 몇 주안에 석유 가격은 베럴 당 15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쿠웨이트는 지난 7일 불가항력에 의한 감산을 선언했으며, 아랍에미리트도 감산에 동참했다. ‘불가항력’ 선언이 확산될 경우, 석유 수출계약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거나 이행이 연기됨으로써 세계 경제의 공급망 전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은 물론 자신의 핵심 지지층 MAGA의 분열 양상을 직면해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궁지에 몰려 꽁무니를 빼는 ‘TACO’(Trump Aways Chickens Out)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 경우 실패를 자인하는 결과가 되고 나아가 11월 중간선거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위험이 높기 때문에 어려운 선택임에 분명하다.

이상의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와 산업계는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세계 경제의 공급사슬이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시나리오를 기정사실로 설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출 필요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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