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연장

류제형 지음 / 시대의창 펴냄

기술인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책은 단순한 대답을 내놓는다. 기술인은 연장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내 건축 인테리어 목수로 20여 년을 살아온 저자는 이 평범한 정의를 통해 노동과 기술, 그리고 삶을 다시 바라본다. 저자는 연필에서 시작해 타카(못 쏘는 도구)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쓰이는 52가지 연장을 하나하나 펼쳐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연장 사용법이 아니다. 연장을 통해 인간이 공간을 만들면서 삶을 재단해 온 방식이다.

책은 목수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연필에서 출발한다. 연필을 귀에 꽂는 목수와 앞주머니에 넣는 목수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연장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몸의 습관과 작업 태도를 드러내는 표식임을 보여준다. 연장이 목수의 세계관인 셈이다. 인상적인 대목은 ‘연장 너머의 이야기’다. 못이 휘어지고 망치가 닳아도 쉽게 버리지 않는 이유, 흠집 난 연장이 오히려 손에 익는다는 고백 등은 효율과 교체를 숭배하는 시대에 대한 조용한 반문처럼 읽힌다. 저자는 연장을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늙어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책의 미덕은 현장을 미화하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실내건축 현장을 ‘노가다판’이라 부르는 시선을 외면하지 않는다. 대신 그 속에서 작동하는 기술의 윤리와 질서를 차분히 보여준다. 기계톱의 도입으로 탄생한 실내 목수의 역사, 타카가 바꿔놓은 작업 속도와 관계의 풍경, 전기 대패와 끌을 둘러싼 손의 감각은 산업화 이후 노동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증언한다. 책은 기술서가 아니라 인문서이자 철학서다.책이 들려주는 것은 연장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시선이다. 연장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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