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코스피는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증권가는 유가가 고점 구간에 진입할 경우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면서도 코스피 5000선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6% 하락한 5251.8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5260선에서 개장한 코스피는 장 초반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를 겪고 5250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이 10일째 이어지며 중동 정세가 격화한 영향이다. 석유 저장고와 담수화 시설, 도심 건물까지 공격 대상이 확대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이날 국제유가는 장중 11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의 영향으로 일본 닛케이225 지수 또한 이날 5.20% 하락했는데, 장중엔 7% 가까이 주저앉았다.
중동 리스크로 국내외 증시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증시의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펀더멘털이 약해서가 아니라 유가·환율·수급 충격의 전이 경로가 가장 선명한 시장이기에 더 크게 흔들린다”며 “한국 시장은 유가 상승 자체보다 유가의 극단화에 취약하며 국제유가 115달러 이상 구간은 역사적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평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스트레스 존”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급락 역시 실적 훼손의 확인이라기보다, 시장이 최악의 경로를 선제적으로 가격에 반영한 결과에 가깝다”며 “지금은 공포를 확대할 때가 아니라, 유가가 4단계(90~114달러)에서 진정될지, 5단계(115달러 이상)로 비화할지를 냉정하게 가늠할 때”라고 짚었다.
이란 전쟁 발발로 경기 확장 기대감을 지지하던 요인이 빠르게 약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면 수요 및 고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1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120달러가 상단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월평균 90~100달러까지 상승하고 수개월 지속될 경우에는 경기 및 물가, 그리고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하방 압력과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동시에 높아지는 구간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내러티브가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가의 상승폭과 지속 기간이 3월 말 이후로 확대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이번주 예상 코스피 밴드로 5100~5800선을 제시했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감이 지속됨에도 5000포인트는 사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주 초반 전쟁 리스크 우려 반영 속 주가 하방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방산, 정유주 등 전쟁 및 유가 상승 수혜주 중심으로 자금 로테이션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jy1008@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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