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과 공모…삼성 상대 특허 협상에 활용

동료 직원도 가담…사내 메신저로 기밀 전달

삼성전자 특허 관련 내부 기밀을 유출하고 그 대가로 100만달러(약 15억원)를 받은 전 직원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직원은 특허 소송을 통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특허괴물' 업체와 공모해 삼성전자의 특허 분석 자료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박경택 부장검사)는 9일 삼성전자 IP센터 전 직원 A씨와 특허관리기업(NPE) 대표 B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및 배임 수·증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NPE는 생산시설을 두지 않고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보유 특허를 매각하거나 사용료를 징수해 이익을 얻는 특허 수익화 전문기업으로, 각종 특허 소송의 주체로 나서며 '특허괴물'로 불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B씨로부터 "삼성전자에 특허를 매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는 청탁과 함께 100만달러를 받고 삼성전자의 특허 분석자료 등을 B씨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기밀자료는 삼성전자의 전문인력들이 NPE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대응 방안을 정리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NPE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관련 '클레임'을 제기해 해당 특허의 소유권·사용권 취득 필요성을 검토하게 한 뒤, A씨로부터 분석 자료를 넘겨받아 진행 중이던 협상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B씨와 NPE는 내부 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의 전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해 삼성전자와 3000만달러(약 449억원) 상당의 특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A씨가 재직 중 몰래 별도의 NPE를 설립한 뒤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공격을 준비하기도 한 사실도 밝혀냈다.

아울러 A씨는 사내 감사 과정에서 B씨로부터 100만달러를 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외국환 입금 확인서'를 위조하고, 자녀가 유학 중인 학교에서 반환받은 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A씨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직장 동료였던 또 다른 전직 삼성전자 직원 C씨도 사내 기밀을 전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C씨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A씨에게 특허 분석 자료를 보내면서 "NPE에는 귀중한 자료이니 대가로 500만달러를 요구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특허 분석 과정에 관여한 NPE 직원 2명과 해당 법인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최근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NPE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며 "국가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특허 관련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B씨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소된 임직원들이 전달받은 자료를 특허 취득이나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 사용한 사실이 없다"며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충실히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서초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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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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