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委 이웃국가 공격 중단안 승인” 다음날
이란 대통령 “이란 적들 공격 대응할 수밖에”
군부, 미사일·드론 공격 불과 수시간뒤 재개
통수권없는 대통령 사과…이란 강경파 비난
바레인 담수시설등 걸프 민간시설까지 피해
UAE, 이란 담수시설 겨냥 첫 보복타격한 듯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정권 공습이 9일째에 이른 가운데, 이란 대통령이 인접 중동국에 가한 미사일·드론 공격 ‘중단’ 약속을 하루도 안돼 뒤집어 포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라흐바르’란 명칭의 실질적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체제이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후에도 강경파 군부 목소리가 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이 없는 정부수반 지위만 갖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이란의 적들이 어떤 국가를 이용해 우리 영토를 공격하거나 침공하려 한다면, 우리는 그 공격에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응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 나라와 분쟁을 일으키거나 그 국민에게 해를 끼치려는 뜻은 아니며, 우리는 단지 필요에 의해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날 국영TV 연설에선 “임시 지도자위원회가 ‘이웃 국가들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한 이들 국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안을 승인했다”며 “이란에 공격받은 이웃 국가들에 개인적으로 사과한다”고 했었다. 걸프국 등 소재 미군기지 타격을 명분으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인접국에 사과하면서 중단을 표명했다가 강경론으로 돌아선 셈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GRC)는 이날 주변국의 필수 인프라 등 민간시설 공격을 이어갔다. 바레인에선 이란 드론 공격으로 담수시설이 파괴됐고 대학건물에 미사일 잔해가 떨어져 3명이 다쳤다. 쿠웨이트도 국제공항을 공격당해 국경 경비병 2명이 사망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방부는 이란 공격에 따른 사망자가 4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카타르도 공격받았다.
IGRC는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하이파, 쿠웨이트 미군기지를 상대로 수시간 공습을 감행하고, 차세대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내 여러 도시와 함께 요르단의 알아즈라크 공군기지를 공격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선 페제키시안 대통령이 ‘개인적 사과’ 발언 직후 중동 내 미국자산에 대한 강공을 원하는 강경파 내부비판에 직면했다고 본다.
영국 BBC방송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깜짝 발표가 이란 정부가 이 전쟁을 더 넓은 지역적 대립으로 확대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미군 기지를 수용한 중동 이웃국가들을 공개적으로 표적으로 삼을 경우 역내에서 고립을 더 자초할 위험이 있다는 정치적 현실도 거론했다. IRGC는 성명에서 해당 국가들이 아닌 미군기지를 노렸단 입장을 되풀이했다.
BBC 방송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포함된 3인 임시 지도자위원회 구조가 이론상 단일 최고권력 체제보다 그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부여하지만, 실제 IRGC같은 강력한 군사·안보 기관을 통제할 능력이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이란 대통령은 위원회 일원이지만 군통수권이 없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 강경파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사과를 굴욕적이라고 맹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 위원회 위원장인 에브라힘 아지지도 분쟁 중 중동지역 모든 미국·이스라엘 기지가 ‘합법적이고 정당한’ 표적이라고 주장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 이웃의 영공, 영토, 영해가 이란 국민을 공격하는 데 이용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개방성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거의 즉시 사라졌다”며 “그(트럼프)는 우리의 역량, 결단, 의도를 오역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라엘도 이란 내 핵·석유 시설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장악한 레바논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날 오후 이스라엘 국방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탄도미사일 발사대와 무기 공장을 비롯해 이란 내 400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9일째 이란에선 최소 1230명이 사망했고, 레바논은 300명 이상, 이스라엘에선 1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 예디오트아흐로노트 등은 이 가운데 UAE가 이날 처음으로 이란 미사일·드론 공격에 보복했다며 걸프 국가 최초의 공세라고 보도했다. 이란 담수화 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얀 UAE 대통령은 최근 부상당한 민간인 치료 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이란을 적(敵)으로 지칭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 등도 대(對)이란 보복 공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동 전역이 말려들 수 있단 해석이 나온다.
김대성 기자(kdsung@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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