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硏 “수출경제가 성장 뒷받침 이어져도”

“고용창출효과 낮은 IT위주 수출호조” 지적

“1월 순환변동치 99.0, 경기 아직 하락국면”

“건설기성액 21개월째 줄고 신규취업 급감”

관세·오일쇼크·금리, 슈퍼사이클 불안요인

우상향 바라보나 “잠재성장률 넘긴 어려워”

“고용창출 효과가 낮은 정보기술(IT) 위주의 수출 호조는 내수 회복을 크게 견인하기 어렵다”는 민간 경제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가격상승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급증했지만 소비와 건설, 고용 등 내수는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HRI·현경연)은 8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 경기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처럼 전망했다. 현경연은 한국 경제가 작년말부터 수출 경기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회복력이 취약해 전반적으로 우하향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악조건 속에서도 2월 수출은 전년동월보다 29.0% 증가한 67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2월 중 최대 실적이다. 사진은 지난 3월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악조건 속에서도 2월 수출은 전년동월보다 29.0% 증가한 67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2월 중 최대 실적이다. 사진은 지난 3월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은 658억5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33.8%, 2월은 674억4800만달러로 29.0% 증가하며 역대 1·2월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반도체 분야 수출은 160.8% 급증한 252억달러로 반도체 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은 2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18.4→37.3% 급등했다.

다만 2월 중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10개 수출이 전년대비 줄었다. 석유화학 15.4% 감소, 자동차 20.8% 감소, 자동차부품 22.4% 감소, 철강 7.8% 감소, 일반기계 16.3% 감소 등이다. 2월 전체 수출액 증가분(약 151억달러)이 반도체 수출 증가분(156억달러)를 밑돌아 반도체수출 증가분 제외하면 약 5억달러 줄었단 해석도 나왔다.

현경연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3%를 기록하며 1분기(-0.2%)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0.3%로 크게 둔화했고, 설비투자(–1.8%)와 건설투자(–3.9%)도 줄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1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0포인트로 전월과 같아 하락(100 미만) 국면이다.

내수 파급효과가 큰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위축이 우려된단 지적이다. 현경연은 “건설투자가 2018년 이후 약 8년간 불황을 지속하고 있는데 올해도 지난해 기저 효과에 따른 소폭 반등에 그칠 것”이라면서 “실질적으론 불황 국면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한국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시공완료한 공사 금액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액’은 올해 1월 전년대비 8.3% 줄어 21개월 연속 감소세다. 1월 청년실업률은 6.8%로 상승한데다 전체 실업률(4.1%)을 크게 웃돌았다. 동 기간 신규취업자는 1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다만 소매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12월 0.6%에서 올 1월 2.3%로 확대됐고 1월 설비투자도 전월대비 6.8% 증가했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향후 경제의 리스크 요인도 부지기수다. 현경연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불확실성 ▲중동분쟁에 따른 오일쇼크발 물가상승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 정책 불확실성 ▲반도체 슈퍼사이클(특정 산업 원자재·자산가격 장기 상승) 지속 여부 ▲건설 투자 장기 침체 등을 꼽았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으로 원유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실질구매력 약화·내수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왔다.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80달러 수준 유지만 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포인트(p) 높아지며 100달러일 때 1.1%p, 150달러까지 상승 시 2.9%p 높아진단 전망이다.

현경연은 “올해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저점에서 중장기 성장추세에 접근하는 우상향으로 예상되나,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경제성장력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어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수출과 내수의 K-양극화 등 수출산업내 디커플링 등 성장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민간 주체들의 체감 경기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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