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에 저가매수 자금 이동

예금서 빠진 돈도 증시 유입 추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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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직장인 김모(35)씨는 최근 주가 급락을 보자마자 마이너스통장을 꺼내 들었다. 김씨는 “중동 리스크 때문에 시장이 크게 흔들렸지만 이런 때가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판단했다”며 “마이너스통장에서 3000만원 정도를 추가로 빌려 국내 대형주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나눠 매수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분당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모(31)씨도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비중을 늘렸다. 이씨는 “기존 신용대출에 더해 마이너스통장에서 1000만원 정도를 추가로 끌어다 썼다”며 “지정학적 충격으로 떨어진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 종목을 분할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지정학적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이자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움직임이 다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투자 자금이 은행 대출과 예금에서 빠져나와 증시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실제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사흘 만에 1조원 넘게 늘었고, 예금에서도 수조원이 빠져나가며 시장 변동성과 자금 이동이 동시에 확대되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 한도가 아니라 실제 사용 중인 잔액 기준으로, 지난달 말(39조4249억원)보다 1조2979억원 늘어난 규모다. 실제 영업일 기준으로 보면 3~5일 사이만에 약 1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현재 잔액 규모는 역대 월말 기준으로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아직 이달 초 닷새 동안의 통계지만 증가 폭만 놓고 보면 월간 기준으로 2020년 11월(+2조1263억원) 이후 가장 큰 흐름이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가 동시에 확산되던 시기였다. 이후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감소세를 이어가며 2023년 2월 이후 30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 효과와 국내외 증시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11월 말 잔액이 다시 40조원을 넘어섰다. 연말 상여금 유입 등으로 잠시 39조원대로 줄었지만 최근 중동 사태 이후 증시 급락 국면을 거치며 다시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증권사 이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주 코스피와 코스닥이 크게 하락했을 때 증권사로 이체된 금액이 하루 1500억원을 넘는 날도 있었는데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투자 자금 유입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한 신용대출 증가세는 주담대 흐름과도 대조된다. 5대 은행의 지난 5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0조1417억원으로, 2월 말(610조7211억원)보다 5794억원 줄었다. 부동산 거래 둔화와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담대는 정체 또는 감소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신용대출(일반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은 같은 기간 105조7065억원으로 1조3945억원 증가했다. 이달 말까지 비슷한 증가 속도가 이어질 경우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 될 전망이다.

예금에서도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5일 기준 944조1025억원으로 2월 말보다 2조7872억원 줄었다.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역시 같은 기간 684조8604억원에서 676조2610억원으로 8조5993억원 감소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예금금리도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예금이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 상당 부분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중동 정세와 글로벌 증시 흐름에 따라 신용대출 증가와 증시로의 자금 이동이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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