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76원 마감… 장중 1480원 돌파

유가·호르무즈 변수에 상단 1500원 가능성 ↑

[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현실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간밤 역외 시장에서는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장면까지 연출되며 외환시장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쟁 장기화와 유가 상승 여부에 따라 환율 상단이 1500원대까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 급등에 한은 총재도 발길 돌려… “변동성 확대”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출발해 장중 한때 1482.7원까지 치솟으며 1480원선을 넘어섰다.

앞서 환율은 지난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6.4원 오른 1466.1원에 마감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이어 열린 역외 야간 거래에서는 상승 폭이 더 확대되며 한때 1500원을 넘어 1506원 부근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환율 급등 배경에는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자 한국은행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태국과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국제결제은행(BIS) 회의 참석을 위해 공항까지 이동했다가 발길을 돌리고 환율 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중동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간밤 런던·뉴욕 시장에서 환율이 급등락한 배경을 점검하고 주요국 환율 움직임을 비교·분석했다.

한은은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을 넘어섰지만 과거 위기 상황과는 여건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 대외 건전성 지표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동 사태 전개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경계했다. 한은은 환율과 금리, 주가 등 주요 가격 변수가 외부 충격에 따라 크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가·호르무즈 변수에 환율 상단 1500원 가능성은?

시장에서는 중동발 충격이 유가와 달러 강세를 동시에 자극할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전쟁 전개에 따라 환율 경로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봤다. 단기 충격에 그칠 가능성을 30%로 보고 이 경우 1430~1470원, 공습과 보복이 수주간 이어질 가능성(50%)에서는 1470~1500원, 정유시설 타격 등으로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20%)에서는 1490~1540원까지 제시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위험회피 심리 등이 원화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환율 상방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유가 흐름과 중동 정세 전개에 따라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설 경우 1500원까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외환연구원은 “야간 거래에서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 등 환율 상승을 억제할 주체가 빠져 있는 만큼 환율이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야간장에서는 일시적으로 1500원 근처까지 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월에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비교적 많이 나오는 계절성이 있다”며 “정규 장에서 환율이 추세적으로 1500원을 뚫고 올라가기보다는 상단을 확인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미국과 이란 전쟁 확산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됐다. 특히 주요 아시아 통화 대비 원화 약세폭이 가장 컸는데 주식시장 조정 여파가 다른 국가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달 환율은 1450~1520원 범위를 예상하지만 단기 오버슈팅은 가능하지만 1500원대 안착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분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이 환율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며 “향후 1주일 정도가 전쟁 장기화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진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