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건강은 뚫렸고 정부와 기업은 안일했다.
금지 성분이 들어간 중국산 수입 치약을 쓰고도 소비자가 아무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 치약을 리콜했지만 회수율이 십분의 1에도 못 미친 데다, 이미 사용했거나 미회수 제품에 대해선 따로 보상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4일 정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금지 성분이 들어간 애경산업의 중국산 치약 6종에 대한 리콜이 단 8%의 회수율로 공식 종료됐다.
판매된 제품이 약 2975만여개인데, 회수된 건 260만여개 뿐이다.
회수 대상 제품은 △2080베이직치약 △2080데일리케어치약 △2080클래식케어치약 △2080스마트케어플러스치약 △2080트리플이펙트알파스트롱치약 △2080트리플이펙트알파후레쉬치약 등이다.
애경산업은 이들 제품에서 금지 성분인 트라이클로산이 혼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입·출고를 중단한 뒤 자발적 회수에 들어갔었다. 문제의 치약은 지난 2023년 4월 이후 제조돼 약 2년 6개월 동안 판매됐다.
중국 수입치약업체 자체 수시 점검 중 제품에 이물질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사전예방 조치로 시중 유통품에 대해 영업자 회수를 진행한다는 것이 식약처에 제출된 공식 회수 사유였다.
트라이클로산은 주로 치약 주성분, 세척·소독제, 보존제 용도로 쓰이는 성분으로, 2016년 전까지는 국내에서도 치약 제품에 0.3%까지 허용됐으나, 이후 식약처가 소비자 안전과 노출 저감을 위해 해당 성분 사용을 선제적으로 제한해 오고 있다.
문제는 이번처럼 회수율이 저조한 경우, 회수 기간 연장이 가능한 데도 기업은 식약처에 회수 기간 연장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식약처도 이대로 공식 리콜 절차를 종결했다는 데 있다. 소비자 안전보다는 행정 편의를 우선시했다는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의약품등 회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식약처는 제조·수입업자로부터 회수계획서를 받은 이후 1개월 이내 회수를 종결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는 절대적인 법정 마감 기한이 아니다. 기간 안에 회수종료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유서를 제출하고 지방청장의 승인을 받은 후 회수종료 예정일을 초과하여 정할 수 있다.
식약처와 애경산업은 판매량의 92%가 회수되지 않은 것에 대해 어쩔 수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판매량 중 1회용, 여행용 치약의 판매량이 많아 회수량이 크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도 "해당 품목의 80%가 소용량·일회용 제품"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제품 구매를 했는데 이미 다 쓰고 없는 경우에 대해선 "별도로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며 "정해진 회수 절차에 따라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식약처는 "소비자 피해에 따른 1차 책임은 기업에 있으며, 추가 사항은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할 수 있다"며 한발 뺐다.
애경산업의 경우 식약처의 회수 절차가 종료된 것과 상관없이 기업 주도로 해당 제품을 기한없이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치약 리콜은 애경산업을 품는 태광산업의 골칫거리로 넘어가게 됐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애경산업의 지분 인수를 이달 중 마무리 지을 예정으로, 회수하지 못한 나머지 92%의 치약까지 태광 측이 책임져야 하는 처지다.
이를 감안해 애경산업의 매각가가 기존 가격보다 225억, 5% 할인된 4475억원으로 조정되기도 했다. 회수절차 미준수에 대한 당국의 행정처분도 애경산업을 기다리고 있다. 가능한 처분으로는 수입업무 정지 등이 예상된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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