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확대되면서 미 지상군의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쟁을) 4~5주 예상했지만 더 오래 할 능력이 있다”고 하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군의 가장 센 공격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혀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란은 미군과 이스라엘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에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등 전쟁의 불꽃이 중동 전역으로 튀고 있다. 이란이 원유 주요 수송길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았다. 호르무즈 해협에선 민간 유조선들이 이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1970년대말 오일 쇼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형 경제인 아시아 국가들이 석유·가스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며, 중국보다 한국 경제가 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또한 아시아 각국이 앞으로 몇주에서 몇개월 간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특히 한국과 일본이 취약하다고 전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70.7%, 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만약 중동 수입이 막힌다면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동 정세가 불안할때마다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외쳐왔지만 중동산 비중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어설픈 낙관론을 펼치는 듯한 모습이다. 원유 비축량이 208일분에 달해 큰 걱정은 없다거나, 내란조차 이겨낸 대한국민이며 그 위대한 대한국민들이 만든 국민주권정부가 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사(修辭)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엔 ‘이란 사태’가 확대되고 장기화할 경우 정부가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진짜 ‘액션플랜’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적지 않다.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이 막힐 경우 대체선은 확보하고 있는지, 에너지 물류와 산업 피해를 줄일 대책은 있는지, 증시·환율·금리 등 금융시장 변동성과 성장·물가 등 거시경제 불안을 최소화할 방안은 마련돼 있는지를 묻고 있다. ‘에너지 안보’는 국가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사이다. 어설픈 낙관론을 접고 장기전에 대비한 치밀한 액션플랜을 짜야 한다. 3일 증시는 외국인의 5조원대 투매에 코스피지수가 7%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26원 급등했다. 민생을 책임지는 당정은1심 판결까지 끝난 ‘내란 청산’과 ‘정치 싸움’에만 올인해선 안된다. 막연한 ‘안심론’을 설파할 게 아니라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촘촘한 ‘액션플랜’을 가동해야 할 때다.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