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發) 유가·환율 불안이 한국 경제를 덮칠 태세다. 물가엔 비상이 걸렸고, 경제성장률까지 끌어내릴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해상 물류 피해가 홍해로도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쟁 장기화가 가져올 국제 유가·물류비 상승 충격파가 국내 소비자물가 폭등으로 나타날 거란 경고도 나온다.

3일 재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이 기업의 비용 통제와 물가 경로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업계를 덮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3일 내놓은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의 '비관적 시나리오' 가정을 보면,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올해 연평균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가정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최소 0.3%포인트 하락, 소비자물가 상승률 1.1%포인트 상승, 경상수지 약 260억달러 감소라는 추산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0%로 둔화하며 지난 9월(2.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으로 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동지역 항공·해상 마비 장기화가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당장 식품기업들의 포장재 단가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오리온 관계자는 "유가급등과 이에 따른 해상운임, 석유화학제품인 포장재 단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가격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유가·환율 급등에 따른 원료 수급 비용 상승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에 골몰 중이다. 2018년 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중동에 진출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10여개국으로 판매망을 넓힌 삼양식품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이용할 우회 경로를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협 봉쇄시 오만으로 우회하거나 해상·육상 복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란전쟁에 후티 반군까지 참전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항로인 홍해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홍해는 앞서 2023년 중동전쟁 당시 이란을 측면 지원하는 후티 민병대가 상선들을 공격했던 곳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항로 봉쇄가 6개월이 넘어가면 수입 원료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기업에서 나올수 있는 대책이 아예 없을 수 있는 만큼 전면전으로 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뷰티기업은 원자재 수급, 물류, 환율 리스크 등 비즈니스 상에 전반적인 영향을 점검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사업 비중이 80%에 달하는 에이피알은 "중동발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시장 전반에 여러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어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채널의 경우, 대형마트 업계가 물류 효율화 등 비용 구조 개선 방안 검토에 들어갔고, 백화점들은 일부 유럽 직접 수입 제품에 대한 운송 영향성을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의 중동 수출 계획 변경도 불가피해졌다.

동원산업은 원양어업 선단 운영을 위한 유류비, 국내외 물류비와 생산비 등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동 이외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미주, 일본,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물류비 이외의 부분에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오일 탱커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일 탱커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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