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세입자를 두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실거주 의무 유예 등의 대안을 내놨지만 '최초 계약 종료일'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이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여 2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탓에 임차인이 살고 있는 주택은 거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달 12일 발표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관련 보완책에서 이를 반영한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 토지거래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자치구에서 임대차 재계약을 한 다주택자 주택은 매매를 허용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성북구의 다주택자 L씨는 최근 정부가 세입자가 있는 다주택자의 아파트에 대해 실거주 의무를 일부 유예해 주면서 무주택자 B씨와 매매약정서를 체결했다. 이후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위해 구청에 신청을 접수했으나, 기존 임대차 계약의 '최초 계약 종료일'이 지났단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L씨는 2021년도 세입자 C씨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갱신계약권까지 사용해 지난해 계약이 종료됐다. 이후 지난해 5월 동일 세입자 C씨와 재계약을 하며 2027년 만료 예정인 임대차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후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팔기 위해 매매약정을 마쳤지만, 구청에선 최초 임대차 계약 만료일은 2023년이라는 이유로 토지거래허가를 못 내준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에 다급해진 L씨는 세입자에게 이사비용 등을 제시하며 집을 빼줄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세입자 또한 집을 구하기가 녹록지 않은 터라 이를 거절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방안'에 따르면, 임대 중인 주택의 경우 실거주 의무가 개정안 발표일(2026년 2월 12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유예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L씨가 세입자와 맺은 임대차 계약의 최초 종료일은 2023년 5월이었기 때문에 세입자 C씨가 나가지 않는 한 토지거래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L씨는 "정부가 집주인들에게 양도세 중과 전 팔라고 퇴로를 열어주는 듯하더니 결국은 팔기 어렵게 됐다"며 "성북구는 재계약 당시 조정대상지역도 아니었기 때문에 정부 지침을 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제외한 중저가 아파트들은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면 바로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정부 방안을 확인해서 거래를 체결하려 해도 갱신권을 사용하거나 계약 연장을 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거래허가가 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토부는 거래 혼란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오늘(3일)까진 따로 정부에서 내려온 새로운 지침이 없어 기존 지침대로 갱신계약과 재계약을 체결한 임대 주택은 토지거래허가를 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관련 민원이 많아 국토부에서 오늘 중으로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한 만큼 새로운 지침이 내려오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해당 내용과 관련해 논의 중이며 조만간 지자체에 공문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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