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등에 업고 코스피가 강세를 이어가자 해외 상장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반도체·지수 추종 ETF에 자금이 집중되는 한편, 국내 투자자들까지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통한 우회 투자에 나서고 있다.
2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 3X 셰어즈(KORU)’ ETF에는 최근 일주일 동안 약 2억603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해당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MSCI 코리아 25/50 지수를 정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코스피 시장 주요 대형주와 중형주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사우스코리아(EWY)’에도 최근 일주일 동안 18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이 ETF는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삼성전자(28.72%), SK하이닉스(19.73%), 현대차(2.82%) 등을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강세를 이어오고 있는 국내 증시가 연초 이후에도 오름세를 지속하자 외국인 투자자들도 코스피에 자금을 공격적으로 실어 나르는 모습이다. 특히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관련 ETF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해외 자금을 통한 우회 투자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중한반도체(中韓半導體)’ ETF는 지난달 27일 4.25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4.65위안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수익률은 59.77%에 달한다.
해당 ETF는 한국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가 공동 개발한 ‘KRX CSI 한중반도체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리노공업, DB하이텍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다. 중국 증시 특성상 해외 주식 직접 투자가 쉽지 않아 공모 ETF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 원·달러 환율 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대형 반도체주의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지면서 MSCI 코리아 지수 편입 종목 전반에 대한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시 강세가 집중되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 증시를 우회적으로 이용하는 서학개미의 자금도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월 넷째주(23~27일)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 ‘KORU’가 8392만달러 순유입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앞서 2월 셋째주(16~20일)부터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며 순매수 6위를 기록한 데 이어, 한 주 만에 순매수 1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우회 투자를 선택한 배경에는 레버리지 활용이 자리한다. 국내에는 코스피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가 없지만 미국 시장에는 KORU처럼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돼 있어 단기 상승장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달러 자산 형태로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화 주식 직접 매수와 달리 해외 상장 ETF는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환율 변동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실적 개선과 유동성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2026~2027년 코스피 상장사의 이익 추정치가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고객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대기성 자금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MSCI가 산출하는 MSCI 코리아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액티브 ETF 시장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수급 여건은 우호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영 기자(jy1008@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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