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 ‘일부 덕후’들의 B급 엔터로 전락, 국가 미래 위한 결정 못해
경제 나아지고 주가 올라가는데 왜 내 삶은 좋아지지 않느냐는 게 민심
대한민국 침몰중… 나쁜 정치로 시장 기능에도 ‘빨간불’ 들어온지 오래
국힘, ‘尹절연’ 넘어 새 페이지 열어야… 뉴페이스로 이기는 보수 절실
보수 재집권 위핸 진보 의제를 보수적으로 재해석, 추진할 용기 있어야
[]에게 고견을 듣는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인재영입위원장)
“국민의힘엔 ‘윤석열 절연’을 넘어 국민들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담론이 필요합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뉴페이스’로 ‘뉴스타트’할 수 있게끔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습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마포갑·54)은 이렇게 인터뷰의 운을 뗐다. 그는 국힘의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조 의원은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고 주가는 올라가는데 왜 내 삶은 좋아지지 않는가라는 게 지금의 민심”이라며 “보수가 재집권하려면 정권을 잡은 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넘어 국민들에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의 재집권을 위해선 진보 의제들도 보수적으로 재해석해 추진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이를 위해 국힘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당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인재풀을 만들 것이라며 블라인드 평가로 새 인물을 발굴해 서울의 강서, 서대문, 은평 등 과거 총선서 보수가 이겼던 곳 재탈환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우리 정치는 일부 ‘정치 덕후’들로 인해 B급 엔터테인먼트(엔터), B급 스포츠로 전락한 상태라며 정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결정과 사회적 갈등 조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선 개인기가 아주 뛰어나지만 폭풍 SNS 정치는 너무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숏게임은 잘하지만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큰 담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실시간으로 침몰하는 배’로 시장 기능이 아니었으면 진즉 나라가 멈췄을 것이라며, 정치가 갈등 조율과 미래로 가는 로드맵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서울 상문고를 나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해외 유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국제개발행정학 석사(MPA)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세계은행에서 15년간 일했으며, 2020년 시대전환을 창당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조 의원은 시대전환이 국민의힘과 합당되면서 국민의힘으로 옮겼으며 22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경제 전문가로 저출생 문제와 교육 격차 해소 등 다양한 법안과 정책을 만들고 있으며, 좌우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적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정훈의 질문들’, ‘조정훈 스피치’ 등의 저서가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9개월이 다돼 갑니다. 그간의 국정 운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고, 학점을 매긴다면 어느 수준일까요.
“생각보다 뛰어난 개인기를 갖고 계신 정치인으로 보입니다. SNS 정치를 매일같이 이어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대통령의 무게감, 다시 말하면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뛰어난 개인기가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과연 대통령이라는 업(業)이 갖고 있는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에 데에서는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대학에 가면 전공이 있고 교양이 있지 않습니까? 교양은 참 잘하시는 것 같아요. 교양 과목은 A학점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핵심 전공은 C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라는 업의 본질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들이 먹고 사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정치는 엔터도 아니고 스포츠도 아닌 고유의 업입니다. 그 업의 본질에 있어서 대한민국 안보가 더 튼튼해지고 있는가 그리고 고물가, 고환율, 일자리 문제 등에 있어 국민들이 느끼기에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선 큰 회의가 있습니다. 찰랑거리는 파도 관리는 잘하시지만 바다 밑에 대한민국이 시대적으로, 역사적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변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이 없습니다. 매일매일 숏게임만 하다 보니 긴 호흡이 부족합니다. SNS 쓰는 시간에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읽고 고민을 하셔야 되는데 지금은 본인의 SNS 댓글 읽고 계신 거 아닙니까? 저는 1년이 넘어가면 분명히 번아웃이 오고, 국민들 또한 지칠 것으로 봅니다. 결국은 업의 본질로 승부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지방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설 명절때 살펴본 민심은 어떻습니까?
“서울 청량리 시장에서 한 청년과 장을 봤는데 그 떡집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 민심인 것 같습니다. 그분이 ‘사람은 많은데 지갑을 안 연다. 내가 장사하다가 처음으로 한 팩짜리를 반 팩으로 팔 수 없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들, 유권자분들의 삶을 챙기는 건데 설에 기쁘고 행복한 얼굴보다는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고 주가는 올라간다고 하는데 왜 내 삶과 내 가게는 좋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먹먹했습니다. 그리고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가 도대체 우리를 도와주는 게 뭐가 있나라는 따가운 눈초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팬이라고 사진 찍자는 분들보다는 젊은 떡집 사장님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판결이 나온 하루뒤인 지난 20일 장동혁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윤과의 절연’을 거부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장 대표가 여러 깊은 고민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정치라는 건 결국 책임의 업입니다. 제가 장 대표 머릿속에 있는 건 아니지만 당 대표로서 아무리 잘해도 선거에 지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거고 또 이기면 과실을 가장 많이 가져갈 사람도 자신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본인도 인터뷰에서 몇 번 밝혔지 않았습니까? 큰 틀에서 우리 당이 이제 앞으로 나아가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했다라는 해석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장 대표는 계엄을 찬성하는 입장은 전혀 아닙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 대표가) 말씀하신 대로 뺄셈 정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
- 지난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윤 절연’을 둘러싸고 당의 분열 양상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당이 갈길을 잃었다는 비판이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없겠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치는 책임이죠.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2년 만에 정권을 뺏기고, 깃발을 내렸습니다. 저는 국힘이 과거를 정리 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다음 페이지에 뭐가 있는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끝났는데 국힘에게 표를 주면 뭐 할 건데라는 국민들의 질문, 야당으로서 앞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 건데라는 다음 페이지에 대한 그림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그림으로 우리 당이 민주당과 경쟁하고 또 견제할 건 견제하고 비판할 건 비판해야 페이지를 넘어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는 마포가 지역구입니다. 마포에서 만나는 많은 시민들은 저희 정당에게 이제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그리고 소위 신보수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받으려면 뭘 해야 되는지를 밝혀야지 아직도 과거에 발목 잡혀 있냐라는 얘기를 하십니다.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이 절연 문제를 논의해야 되는데 왜 당명 개정과 정강·정책을 논의하는 데 시간을 썼냐라고 비판하는데 저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당이라는 건 집권을 해 믿는 방향대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보겠다고 모인 사람들의 무리입니다. 국힘이 다시 집권했을 때 그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우리가 지향해야 되고 우리가 추진해야 될 비전과 정책이 뭔지를 (의총에서) 바꾸겠다는 건데 이보다 더 중요한 논의가 과연 있을까요.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보수만의 담론이 필요합니다. 저는 국힘이 다시 집권하기 위해선 소위 진보의 의제들도 보수적으로 재해석할 용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는 하드코어 진보에만 머무르지 않고 얄밉게도 1도씩 우클릭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는 좌클릭할 용기가 있는가, 그러니까 진보의 의제들을 보수적으로 재해석해 보수적인 솔루션이 국가와 국민들에게 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득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걸 할 새 얼굴들과 공간들을 만들어내는가에 신뢰 회복이 달렸다고 봅니다.”
- 예전 영국 보수당이 변신을 통해 노동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았던 사례와 유사한 말씀이시군요. 올 지방선거에서 국힘의 목표는 무엇이고 승패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계신가요?
“지방선거에선 기초의원을 비롯해 대략 5000 자리를 공천해야 됩니다. 행정구역이 통합되면 좀 바뀌겠지만 17개 광역 단체장 중 몇 곳을 가져갈 것인가가 관건이라 봅니다. 솔직히 대구 경북과 호남은 사람 이름의 문제지 색깔의 문제는 아닙니다. 결국은 서울과 부산 그리고 충청의 일부 그러니까 소위 ‘스윙 보트’ 지역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특히 서울이 승부처인데, 주요 경합 지역에서 국힘이 승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거기에 하나 더 제가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무거운 모자를 쓴 입장에서 지방선거가 갖고 있는 또다른 의미는 우리 당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 풀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후보의 경우 신인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된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기초의원부터 광역 도지사, 시장까지 5000 자리이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새로운 보수의 담론을 이끌어갈 새로운 사람들의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미국 민주당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공화당은 그야말로 절망이었다고 합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데다 매력적이고 개인기가 출중한 사람이 나와 공화당은 (대통령 중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8년이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화당은 다음을 위해 소위 경합주의 주지사 후보들을 발굴하는 데 온 시간을 썼습니다. 그 결과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경합주를 몽땅 다 가져오면서 승리했습니다. 오바마 한 개인에 의존한 민주당과 달리 8년을 절치부심하면서 인재를 기르고 특히 전략적으로 스윙 보트 지역에 집중 투자한 결과 지금 잠재적인 인재 풀을 보면 압도적으로 공화당이 풍부합니다. 민주당은 카멀라 해리스 외에 차세대 지도자가 별로 안 보이는데 공화당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7명 정도가 차기 대통령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죠.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부산에서 선전을 하는 것과 함께 보수 정당의 잠재적 리더 그룹을 만들 수 있는 분들을 많이 영입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 최근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여전히 무당층이 적지 않은 등 중도층의 민심이 유동적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힘의 지방선거 전략은 한마디로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방금 말씀드렸습니다만 페이지를 넘겨야죠. 영어를 쓰자면 새로운 출발, 새로운 인물의 ‘뉴스타트, 뉴 페이스’입니다. 민주당은 아마 ‘이재명 정부를 튼튼하게 지켜주십시오’라는 게 전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지방선거가 공교롭게도 대선 딱 365일 뒤에 있는 선거여서 제가 여당이어도 그 스토리로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정권을 넘겨준 진영이기 때문에 무엇을 이어가겠다라는 담론보다는 ‘새로운 스타트, 새로운 인물’로 국민들께 호소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이런 새로운 인물들로 새롭게 거듭나는 보수 정당이 되겠습니다라는 담론이 돼야 할 것입니다. 신상(신상품)을 이기는 구상은 없습니다. 민주당은 신상을 도입해 시장에 공급할 의지도 없고, 공간도 없어 보입니다. 지난 대선 때 뛰었던 사람들로 선거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신상으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 이번 선거가 오히려 더 기회일 수도 있다 말씀이시군요.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이번 선거에서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얘기하셨는데 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국힘이 가진 경쟁력은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문은 좀 크게 열되 뒷문은 닫으려고 합니다. 제가 인재영입위원으로 참여가 두 번째인데 영입 이력서를 놓고 위원회가 검토할 때 항상 걸리는 게 이 사람은 누구 추천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추천인이 당의 유력자라면 쉽게 거절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블라인드 추천과 평가를 합니다. 추천인을 쓰지 않는 거죠. 추천인을 쓴다해도 그걸 가리고 사람만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영입 회의를 했는데 400명 이상의 인재들이 지원했습니다. 저는 굉장히 좋은 상황이라고 봅니다.”
- 1호 인재로 삼일PwC의 40대 여성 회계사인 손정화씨와 정진우 현대엔지니어링 매니저를 영입했습니다. ‘이기는 보수 드림팀’을 만들 것이라고 하셨는데 국힘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보수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보수는 멈춰 서 있는 게 아니라 질서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깃발은 진보에서 펄럭이지만 현실은 항상 보수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일리가 있습니다. 진보는 사람을 설레게 하고 자극적이고 선동할 수 있지만 결국 일은 보수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질서있는 변화와 급진적인 변화를 비교해보면 하나하나씩 풀어나가는 쪽이 항상 이깁니다. 질서있는 변화를 꿈꾸고 이를 위해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 이게 국힘의 인재상입니다. 격차, 사회적 차별 등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해본, 그래서 질서있는 변화를 꿈꾸고 이를 위해 살아온 삶의 궤적이 드러나는 사람들이 저희가 영입하고 싶은 사람들의 상(像)입니다. 우리 당의 공천 지원이 다음 달 중순쯤 시작될 텐데 그때까지 1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씩 영입 인재들을 발표하려고 합니다.”
- 서울 마포갑 의원이시기도 한데, 수도권 승리를 위해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나 인재군이 있습니까?
“서울 선거는 저에겐 각별하죠. 제가 서울 사람이기도 하고 또 마포는 제가 12년 만에 탈환한 곳입니다. 강승규 의원을 제외하면 거의 40년 만에 뒤집힌 곳인데 보수와 진보가 맞붙은 어떻게 보면 38선 같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울을 마포갑처럼 만들고 싶습니다. 12년 만에, 20년 만에 한 번씩 이기는 지역을 탈환하겠습니다. 과거에 보수가 이겼던 곳 하지만 지금은 어렵다고 여겨지는 곳 예를 들어 5선을 한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는 은평이었습니다. 김용태 의원은 그 어렵다는 강서에서 승리하셨고, 정두언 의원은 서대문에서 3선을 하셨죠. 이렇게 3선, 4선 하던 지역이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곳이 됐죠. 이겼던 곳을 다시 이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서울에 국회의원은 48명, 구는 25개가 있습니다. 저는 강남 3구와 용산만이 아닌, 서울 전체가 노른자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기초단체장부터 시·구 의원이 되셔서 다음 총선에서 다시 그 지역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늘 이길 수 있는 곳은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재를 공천하고, 이겼었는데 한동안 이기지 못한 곳은 전략적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고 봅니다.”
-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청년과 여성 인재 영입이 필요합니다.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메리트나 시스템은 준비돼 있습니까?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하는 작업인데, 이정현 공관위원장과 매일 소통하고 있습니다. 영입한 인재들을 어떻게 배려할지, 그리고 기존 지역구 당협위원장이나 정치 지망생들과의 갈등 소지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룰을 만들어 예외없이 적용한 것입니다. 그러면 참여하는 사람들이 크게 불만이 없을 겁니다. 축구 경기를 하다가 중간 게임의 룰을 바꾸거나 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을 갑자기 바꾸면 안되죠. 공관위에서 국민 배심원단 구성 등 공천의 룰을 작업 중입니다. 3월 중순 이전 마무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심각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재 영입을 통해 정치의 ‘품격’을 높일 수 있을까요?
“제가 정치에 입문한지 벌써 6년 가까이 되어 갑니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인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에서 혐오감 또는 무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 초고관여층처럼 우리 정치를 B급 엔터, B급 스포츠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듯 합니다. 웃겨야 되고 막말해야 되고, 또 B급 스포츠처럼 치고받고 싸워 우리 편이 몽땅 이겨야 하고. 재미있게 해드리는 건 엔터의 목표입니다. B급 스포츠의 목표는 경쟁에서 이기는 거죠. 그러나 정치가 그래서는 기능을 상실합니다.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위한 고민과 결정을 해야 되고 갈등을 조율해야 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B급 엔터, B급 스포츠로 전락한 우리 정치는 그런 역할을 못합니다. 정치의 효용감이 떨어지는 거죠. 정치가 모든 국민들의 관심사가 아니라 ‘정덕’이라고 하는 일부 정치 덕후들의 업이 되면 위험해집니다.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저는 정치가 B급 엔터, B급 스포츠로 남는 게 싫습니다. 어떻게든 정치에 관심을 가져봤더니 내 삶이 조금 좋아졌다, 우리 아이들 교육 환경이 나아졌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높아졌다, 이런 효용감을 가져다주는 정치를 해보고 싶습니다.”
- 시대전환을 창당하고, 국민의힘과 합당했습니다. 민주당 계열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바꾼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포에 지역구를 결정하고 첫 번째로 건 슬로건이 ‘좌와 우를 넘어 앞으로’였습니다. 초선때인 시대전환 시절 제 의정 활동을 보시면 꽤 진보적인 법안과 정책을 제안한 것도 있고, 보수적인 내용을 지지하고 옹호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과 국민의 삶이 나아지고 앞으로 나갈 수 있으면 진보 진영에 있는 도구도, 보수 진영에 있는 툴도 다 갖다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진보 진영에 있는 의제들을 보수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재해석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제가 그냥 진보의 한 사람으로 남고 싶으면 굳이 창당을 안했겠죠. 또 시대전환에 있을 때 민주당하고 합당했으면 욕을 좀 덜 먹었겠죠. 그런데 굳이 국민의힘에 온 이유는 국민의힘에서 제가 생각하는 미래를 위한 보다 실용적인 의제들을 더 구현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또 소수 정당의 한계도 솔직히 많이 느꼈고요. 굳이 표현하자면 창업을 해서 상장을 시킬 생각이었는데 상장을 못하고 엑시트(탈출)를 했죠. 하지만 제가 갖고 있었던 꿈은 국민의힘에서 계속 실현해 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조정훈이라는 정치인이 국민의힘에 와 찬밥 신세로 남아 있지 않고 당에서 이런 역할을 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우리 국민의힘이 확장하고 있다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 대한민국은 지금 좌초냐 아니면 재도약이냐는 중대 기로에 서 있습니다. 재도약을 위해선 어떤 게 가장 시급하다고 보십니까?
“대한민국을 배로 치면 실시간으로 침몰하고 있습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플랭카드를 대사관 외벽에 내걸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시위를 한다는데 이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겁니다.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 (유엔 결의에 따른) 러시아 제재인데 주재국 대사라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인터뷰하면서 조선민주주의공화국(북한) 군인들의 참전을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까? 마치 구한말과 같습니다. 동북아 정세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고 또 CES에서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가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 박수칠 일 만은 아닙니다. 로봇과 인간의 미래는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왔던 모든 질서와 가정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인데,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는 담론이 국회에서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시장이 작동하지 않았으면 대한민국은 벌써 아수라장이었을 겁니다. 대한민국은 시장과 정치라는 두 축으로 작동하는 나라인데 정치 기능이 멈춘 지 오래니 시장 기능이 아니었으면 대한민국이라는 차는 멈춰섰겠죠. 그런데 정치가 너무 부작용과 반작용을 일으키다 보니 시장 기능 또한 빨간불이 켜진 상태입니다. 시장 기능마저 멈춘다면 남는 건 주먹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빨리 정치 기능을 회복해야 됩니다. 정치 기능의 회복은 두 가지 의미입니다. 하나는 갈등 조율이죠. 정치 빼고는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주체가 없습니다. 다들 니가 뭔데 이러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국회 정도 되니까 그래도 조율하겠다고 하면 다들 테이블에 나옵니다. 두 번째는 미래로 가는 로드맵을 만들어야죠. 정치인은 서민들이 내준 세금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고민하라고 먹고사는 업에서 면제받은 사람들 아닙니까? 이 숙제를 못 풀고 있으면 그건 직무유기죠. 이는 진영 싸움으로 끝날 상황이 아닙니다. 저는 교육 상임위에 있고 최근까지 정개특위 간사를 했으며 한미의원연맹 간사를 맡고 있습니다. 가끔 외국에 나가 우리 상황을 반추해 보면 섬뜩섬뜩합니다. 저희 보수 정당부터 빨리 수습을 해 우리만의 담론 그러니까 민주당이 갖고 있는 포퓰리즘적 그리고 국가주도적 경제성장 사회운영 담론에 반하는 대안이 돼야 합니다. 비판만 하는 정당에 표를 찍어줄 사람 없습니다. 국민들은 대안정당을 원하시는 겁니다. 비판 정당에서 대안 정당으로 페이지를 넘길 때 국민의힘이 정신차렸구나라고 국민들이 봐주실 겁니다.”
- 우리 사회의 양극화 위험성을 경고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B)에서 일한 경제 전문가로서 사회 갈등의 큰 원인 중 하나인 양극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양극화는 다들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중간이 비어가죠. 독일의 한 학자가 소득 격차가 10배 이상 나면 그 사회는 통합이 어려워진다고 했습니다. 아마 남북 관계를 얘기하면서 했던 얘기일 겁니다. 지금 서울의 부동산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 차이 그리고 소득 하위 계층과 최상급 10%의 소득 격차 너무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핵심 원인은 자산 소득과 금융 소득입니다. 소득 격차보다 더 무서운 게 자산의 격차입니다.소득 격차는 어떻게든 줄일 수 있는데 자산 격차는 1, 2년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부자들은 골프장으로 상징되는 자연을 즐기고, 가난한 사람들은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디지털로 들어가서 쉰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아픈 말 아닙니까? 이래서는 우리 사회가 통합될 수 없습니다. 제가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는데 데이터조차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만들고 이걸 매년 발표해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합니다. 사회가 극단화돼서는 남미가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절망스럽겠죠. 어떻게든지 대타협을 찾아야 됩니다. 예전엔 젊어서는 힘 있는 몸뚱이를 써서 열심히 살고 나이 들면 벌어둔 돈으로 살아라라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청년 세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처음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몸으로 살아야 되는 세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적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게 젊은이들이 가지는 절망감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일할 의지가 없다고 저는 믿지 않습니다. 근데 열심히 일해도 자산을 축적하는 속도가 너무 늦은 거죠. 어떻게든지 20대부터 30대 초중반까지 자산축적을 가속화시켜 줘야 합니다. 이게 우리 사회의 통합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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