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집값이 오르면 상승분을 임대인과 임차인이 나눠 가지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 재판부에서 검찰의 증거 위법 수집 이유로 무죄를 판결받은 송 전 대표의 이 말은 마치 사회주의의 원조인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를 연상케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토지 소유권은 토지 소유자가 마치 자기 몸의 일부인 양 지구의 특정 부분을 독점하고 지배할 수 있게 한다”고 비판했다. 레닌과 함께 러시아의 공산주의화에 앞장섰던 엥겔스 또한 ‘주택 문제에 대하여’라는 문건에서 “주택 문제는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폐기를 통해서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송 전 대표가 주장하는 ‘누구나집 프로젝트’는 집값이 오를 때 그 차익을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눠 가지고, 세입자는 임차료를 내고 10년동안 거주하면 최초 입주 시점의 확정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집주인이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를 깨고, 무주택 청년이나 서민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제공하기 위한다는 것인데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전혀 모르는, 책상머리 앞의 ‘공상적 사회주의 정책’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서울의 부동산 급등 해법으로 송 전 대표처럼 접근하는 진보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토지는 국가와 공공의 소유라며 ‘토지공개념’ 입법을 다시 들고 나왔다. 토지공개념은 토지를 공적 재화로 보고 소유·처분·이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미국의 토지사회주의 학자 헨리 조지가 주장한 것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때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으나,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지초과이득세법 등은 헌법재판소에서 각각 위헌·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 또한 “헨리 조지가 살아있었다면 땅의 사용권은 인민에게 주되 소유권은 국가가 갖는 중국식이 타당하다고 했을 것”이라고 했으며, 2018년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발표한 헌법개정안에도 토지공개념을 직접 명시한 조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을 바꾸는 것으로,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는 달리 서울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해서다. 여기에 금리와 통화량, 정부 정책,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 등이 뒤섞여 복합적으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든 공급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집값과 물가가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잡는 게 올바른 해법이다.

하지만 진보를 자칭하는 일부 인사들엔 부동산 문제는 오로지 투기 세력이나 지주 세력의 존재 때문이다. 그래서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다주택자를 잡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다주택자에 주택 매도를 압박하거나 세금을 중과하면, 전월세가 사라지고 임차료가 더 올라 결국 피를 보는 것은 서민들이라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더 나아가 ‘사회연대경제’로의 전환을 표방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여러차례 발의해온 그에게 경제는 수많은 경제주체들이 자율적 판단과 결정으로 사람들이 필요한 재화를 생산하고 시장에서 교환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다. 사회경제연대는 이윤보다 사람과 공동체의 이익을 앞세우며, 구성원 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체제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중시된다.

한국의 진보층엔 ‘마르크스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자본주의는 ‘생산의 사회화, 소유의 사유화’라는 근본적 모순을 갖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노동자들의 연대를 통한 프롤레타리아 혁명뿐”이라는 그의 사상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다. 인간 사회를 자본가와 노동자의 적대적 관계로만 파악했던 마르크스적 사고는 노동자에 일방적인 노란봉투법 등을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생존해 있다.

도그마에 사로잡힌 진보가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가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을 나쁜 것으로 간주하고, 인간을 개조하려 든다. 세계의 역사를 보면 이런 독선은 때론 독재와 광기로 흐른다. 경제는 한 곳을 건드리면 다른 곳이 터지는,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는 일종의 ‘복잡계’와 같다.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문제는 ‘투기 세력과의 전쟁’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과 협박만으론 결코 풀 수 없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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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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