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탓 5년만에 최소치… 인천 58%·서울 32% ↓
매물없어 보증금 고공행진… 월세도 전반적 물건 줄어들어
실거주 중심에 감소 불가피… 세금 규제땐 임차인 전가 우려
집값 잡기에 동원된 규제의 불똥이 결국 무주택 세입자를 덮치게 됐다.
서울의 전세 물건이 5년 만에 최소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씨가 마르면서, 갈 곳 잃은 세입자들은 수억원씩 뛴 전셋값 급등을 겪거나 타지로 밀려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고된 전세난이지만,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예상보다 더 거칠게 흔들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전년 대비 전월세 매물이 전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선 인천의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5539건으로 전년(1만1477건)보다 약 52% 줄어들며 감소폭이 가장 컸고 경기도도 45.3%, 서울 21% 각각 감소했다.
유형별로 보면 월세 매물보다 전세 매물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규제가 심화되고 갭투자(전세 낀 매매)까지 막히면서 조건부 월세 등으로 전환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604건으로 1년 전(2만8995건)과 비교해 32.4% 급감하며, 2021년 이후 처음으로 2만건 아래로 주저앉았다. 인천(-58.5%)과 경기(-49.6%) 또한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서울의 경우 이날 기준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1년 전보다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성북구의 전세 매물은 120건으로 전년(1322건) 대비 91% 급감했고, 관악구(-78.5%)와 동대문구(-71.9%), 중랑구(-70.9%) 등도 감소폭이 컸다.
월세 매물도 강남 3구와 영등포구, 강서구 등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성북구의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년 전(603건)보다 77.5% 줄어든 136건에 그쳤고. 노원구(730건→284건) 61.1%, 관악구(427건→186건) 56.5%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시장 구조가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임대차 매물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하던 주택도 매매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대부분 실거주 구조로 바뀌어야 할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라 임차, 특히 전세 물건 감소는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차 물건 감소폭은 전세가 월세보다 더 클 것”이라며 “대출 규제로 전세 보증금을 맞추기 어려운 매물은 월세로 전환하면서 상대적으로 월세 매물의 감소폭이 더 작을 순 있다”고 덧붙였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강해 매매가 평년보다 적은 편이고,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다 보니 임대차 매물이 급감하는 건 예견된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거래가 묶인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동안 매물 감소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물 감소가 이어지면서 전월세 가격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5억9609만원으로 지난해 1월(5억6217만원)과 비교해 6%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평균 월세 가격은 134만3000원에서 150만4000원으로 약 11.9% 상승했다.
실계약 사례에서도 보증금 상승세가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의 전용 59.88㎡는 이달 7일 보증금 6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며 최고 보증금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9월 5억787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된 점과 비교하면 반년도 채 안된 기간에 1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동작구 본동 래미안트윈파크 전용 115.42㎡도 이달 6일 보증금 13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으며 최고 보증금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5월 체결된 전세 계약의 보증금(11억7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원 오른 가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규제가 강화될 경우, 집주인들이 비용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전문위원은 “세금 규제를 강화하면 임차인들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장 쉬운 방법은 월세 인상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는 임차인들은 수용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보유세 등 세금 규제를 강화하면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잡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높아진 임대차 비용이 매매가까지 밀어올리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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