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장영실 룸’·애피어 ‘북촌’ 등 희의·사무실 명명
레달 CEO 14년째 韓거주·현대차 CEO 한글로 설 인사
"아태지역 테크 허브 부각…한류 긍정적 이미지 한몫"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또는 외국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국의 문화유산을 기업 조직문화에 이식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반도체 등 한국의 높은 기술 경쟁력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최근 세계 시장에 부는 한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슨코리아는 최근 강남 역삼동 본사에 전 세계에서 역사적인 혁신을 이끈 발명가들의 이름을 딴 회의실 10여개를 운영 중이다. 이 중 가장 큰 회의실인 1번 룸은 조선시대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장영실에서 영감을 받아 '장 룸'으로 명명했다. 장영실은 자격루(자동 물시계), 양부일구(해시계) 등 정밀 기계를 통해 실용성과 기술 혁신을 구현한 인물로 다이슨의 기술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다이슨코리아 관계자는 "장영실은 회사가 추구하는 엔지니어 중심의 혁신 문화와 맞닿아 있다"며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의 과학 유산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다이슨코리아는 에디슨 룸, 벨 룸 등의 회의실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 과학자인 마리 퀴리에서 이름을 따 온 '퀴리 룸'을 추가했다.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기업 애피어는 서울 대치동 한국지사 사무실 이름을 북촌, 압구정, 종로 등 서울 지명으로 정해 애사심과 한국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외국인 CEO 들도 한국의 문화 유산을 사내 조직 문화에 심는 데 적극적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레달의 창립자인 퍼 스테니우스 CEO는 2012년부터 한국에 터전을 마련했으며, 배우자도 한국인이다. 그는 14년간의 한국 생활 경험을 토대로 한국 기업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다. 스테니우스 CEO는 이를 기반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솔루션을 제시하는 등 '재벌 중심'이라는 특수성 있는 한국 산업 생태계의 발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은 최근 설 명절을 맞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사글과 올해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한글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었다.
또 "말은 에너지·자유·추진력을, 불은 열정·용기·변화를 상징한다"며 병오년(丙午年·붉은 말의 해)의 의미를 회사의 성장 방향에 접목했다.
무뇨스 사장은 2024년 11월 현대차 최초의 외국인 CEO로 선임됐다. 이후 인터뷰를 포함한 국내외 주요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의 '빨리 빨리', '미리 미리' 문화를 전파하고 국내에서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등 한국 기업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대표적인 CEO로 꼽힌다.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 대표의 한국 사랑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매년 연말 진행하는 김장 행사에 직접 참석해 김치를 같이 담그고 있으며, 요리가 취미라는 그는 한국 음식 중 부대찌개를 즐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주요 행사마다 한국어로 인사를 전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 시장이 아·태지역에 허브로서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테크 기술 분야는 한국이 글로벌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고,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은 시장 규모도 전 세계 상위권에 속하는 만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작년 10월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가진 것도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은 "제품명으로 네이밍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한국의 고유 문화유산을 사내 조직문화에 접목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업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시장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 지역이자 테크 분야는 가장 앞서가는 시장이다. 여기에 최근 한류에 대한 긍정적인 글로벌 이미지도 사내 조직문화 접목에 탄력을 주는 요소"라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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