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침탈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내란 우두머리(수괴)죄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계엄 사태 443일 만이다. 무기징역은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진압으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받은 최종형과 같다.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구형한 법정 최고형 ‘사형’보단 낮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수괴 혐의 등 1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계엄 모의·실행의 핵심 역할을 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해선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30년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윤석열·김용현에게 집합범으로서 내란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민간인 신분으로 계엄 계획을 공모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형, 경찰력을 보내 국회 봉쇄 가담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각각 징역 12년과 10년형이 선고됐다.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에게도 국회 봉쇄 등에 가담한 점이 인정돼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먼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수처법상 예외규정에 따라) 직권남용죄와 내란죄의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고 규범적으로도 효율적 수사 의미가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재직 중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수사’는 포함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위법하게 증거가 수집됐단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아닌, 계엄을 수단화한 행위가 국가 헌법 기관·질서를 무력으로 마비시키려는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실질적인 폭력 행사) 등 내란죄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국회에 군을 보낸 목적은 국회 활동을 저지, 마비시켜서 국회가 상당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려는 목적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계엄 선포문에 ‘반국가세력 국회’, ‘척결’ 등의 용어가 포함된 점과 계엄 포고령 1호에 국회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고 명시한 점을 근거로 “국회 활동을 저지하고 마비시키려는 ‘목적’ 그 자체로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에 군을 보내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를 체포함으로써 국회 인원이 모여 토의·의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회 활동을 저지 또는 마비시켜 국회가 상당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어 “국회 봉쇄, 선관위 점거 등을 모두 합쳐 그 자체로 폭동 행위”라며 “대한민국 전역, 국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위치한 서울·수도권 등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또 다른 내란죄 요건인 ‘폭동’을 인정했다.
“윤석열은 언제 군을 철수시킬지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내란행위는 합법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 수단을 통해 국회 권능 행사 불가하게 해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훼손해 비난 여지가 크다”며 “군·경 활동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대외 신인도 하락, 정치적 양극화 등 극한 양분 상태가 돼 사회적 비용을 산정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계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14명을 구금하려 한 ‘정치인 체포조’ 운용 혐의도 윤 전 대통령 승인 하에 김 전 장관이 지시해 이행됐단 판단이다. ‘계엄선포는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란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선 “비상계엄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행사인 헌법 기관 기능 마비 등을 목적으로 한다면, 비록 헌법이 정한 권한행사라 하더라도 이때에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등이 계엄을 ‘의회독주’ 등 야당 탓으로 돌린 데 대해 “‘동기·명분’과 ‘목적’을 혼동하는 주장으로 판단된다”며 “국가 위기를 바로잡고 싶은건 ‘동기·이유’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는 비유를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치밀하게 장기간 계엄 계획을 세웠단 검찰(특검) 주장은 불인정했다. 또 물리력 행사를 자제하려 한 점, 군경의 물리력·폭력 행사 사례를 찾기 어렵단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지 부장판사는 “(계엄 행위)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고, (윤 전 대통령이) 범행 이전 범죄 전력이 없으며 장기간 공무원에 봉직했고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을 참작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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