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증가 속도, 충당금 적립 추월…손실흡수력 약화

고금리·경기 둔화 속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고정이하여신(NPL)이 4조5000억원을 넘어서자 금융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손충당금 대비 커버리지비율이 높은 폭으로 하락해 은행권의 손실 흡수 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NPL 잔액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요주의여신(연체 1~3개월)은 7조9000억원, NPL은 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요주의여신은 1년 새 11% 늘었고 NPL은 4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평균 171.7%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32.5%포인트(p)나 급락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NPL 커버리지비율이 171.5%로 전년 대비 76%p 폭락했다. 다음으로 신한은행이 전년보다 28.6%p 감소한 173.1%, 하나은행은 전년 대비 29%p 줄어든 136.36%를 기록했다. 국민은행만 유일하게 전년보다 3.5%p 상승한 206%로 방어력을 높였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NPL(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잔액과 비교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율이 하락한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출 부실에 대해 은행이 견뎌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약화됐다는 뜻이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기업·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늘어나고, 일부 가계대출에서도 연체율이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소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익스포저에서 부실 신호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충당금 적립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은행은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손실을 흡수할 완충장치를 마련하지만, 최근 NPL 증가폭이 더 커지면서 커버리지비율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향후 추가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은행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자본적정성 관리와 함께 선제적 충당금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보수적인 여신 심사와 고위험 자산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실물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추가 충당금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분간 고금리 환경과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권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자본 방어력 확보가 금융시장 안정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부실채권 증가와 커버리지비율 하락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현재까지 은행권의 자본적정성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은행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충당금 적립 여력을 유지하면서도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균형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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