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국민 대상 정보 수집에 ‘클로드’ 이용 반대
국방부, 국가안보 위해 필요…‘위험 업체’ 지정 압박
마두로 체포 때 클로드 이용한 것 두고도 갈등 불거져
AI가 전쟁 수행 현실에서 윤리와 안보 조화 과제 부상
미국 국방부와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AI의 윤리적 사용과 국가 안보 목적의 동원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질문이 대두하고 있다.
미 경제방송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업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조치는 통상 적성국 기업이나 기관을 지정하는 것으로 자국 AI 기업에 적용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앤스로픽이 국방부 방침에 최종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이렇게 되면 국방부와 거래하는 모든 계약·공급업체는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입증해야 한다.
갈등의 핵심은 군사적 활용 범위다. 국방부는 무기 개발, 정보 수집, 전장 작전 수행 등 합법적인 모든 영역에서 AI 모델을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밀 마이클 국방부 연구·공학 담당 차관은 “우리는 모든 합법적 사용 사례에 어떤 모델이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 회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쟁사인 오픈AI와 xAI 등은 정부 요구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앤스로픽은 자국민 대상의 전방위 감시나 완전 자율형 살상무기 체계에는 자사 기술이 사용돼선 안 된다는 ‘윤리적 AI’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국방부는 앤스로픽과의 계약 해지까지 검토하고 있으며, 양측은 수개월간 협상을 이어왔으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미군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압송을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에 클로드를 활용한 이후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앤스로픽이 설정한 금지 영역에 ‘회색지대’가 많아 개별 사안마다 협상할 수 없고, 모델이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예기치 않게 차단하는 상황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방부 역시 현실적 제약을 안고 있다. 현재 기밀 네트워크에서 사용 중인 첨단 생성형 AI 모델은 클로드가 유일하다. 국방부는 지난해 여름 앤스로픽과 약 2억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관계를 축소하거나 완전히 끊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질서 있는 대체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의 제미나이, 오픈AI의 챗GPT, xAI의 그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기밀 네트워크 수준에서 즉각 대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정치적 맥락도 변수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 차르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앤스로픽이 규제를 옹호하는 ‘워크(woke) AI’를 추구한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그 중심에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가 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벤처캐피털 ‘1789캐피털’이 앤스로픽의 대규모 투자 요청을 거절한 배경에도 경영진의 정치적 성향과 규제 강화 지지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사안은 계약 분쟁 수준을 넘어 첨단 AI 기술이 국가 안보 체계에 깊숙이 편입되는 과정에서 기업의 윤리 기준과 정부의 안보 논리가 어떻게 충돌하고 조정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국방부는 “모든 합법적 활용”을 내세우지만, 기업은 장기적 신뢰와 기술 통제 가능성을 이유로 자율적 제한을 주장한다. AI가 전장과 정보전, 감시 영역까지 확장되는 시대에 윤리적 가드레일을 어디까지 설정할지, 그리고 국가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갈등은 AI 주도권 경쟁 못지않게, 민주사회에서 기술과 권력의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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