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글로크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로스글로크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알프스 등반 중 탈진한 여자친구를 정상 인근에 남겨두고 홀로 하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오스트리아 남성이 재판에 넘겨져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검찰은 지난 1월 알프스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해발 3798m)에서 여자친구 케르슈틴 G(33)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중과실치사)로 남자친구 토마스 P를 기소했다.

토마스는 당시 악천후 속에서 저체온증으로 탈진한 케르슈틴을 두고 산을 내려와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구조 헬기가 강풍으로 뜨지 못하면서 케르슈틴은 결국 사망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토마스는 최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검찰은 산행 경험이 풍부한 토마스가 사실상 ‘가이드’ 역할을 했음에도, 무리한 산행 계획을 세우고 구조 요청을 지체해 화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예정보다 2시간 늦게 출발했으며 비상 야영 장비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두 사람이 조난당한 시각이 오후 8시 50분임에도 피고인이 즉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밤 10시 50분경 인근을 지나던 경찰 헬기에도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토마스는 다음날 오전 2시쯤 정상 40m 아래 지점에 여자친구를 남겨두고 하산하면서 알루미늄 보온 덮개 등 최소한의 보호 장비조차 사용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하산 후 오전 3시 30분에야 구조 당국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토마스 측 변호인은 “두 사람이 합의해 계획한 산행이었으며 충분한 장비와 체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피고인 측은 “여자친구가 갑자기 급격한 탈진 증세를 보여 도움을 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산을 선택한 비극적인 사고”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지 매체 데어슈탄다르트는 개인의 판단과 위험 감수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문제가 달린 재판이라며 유죄가 확정된다면 산악 스포츠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등산객이 동반한 동료에 대해 얼마나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양호연 기자(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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