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LG화학 등 주주서한

이사의 충실의무 등 경영 압박

외국인 주식 보유 6년만 최대

李대통령 “후진적 경영 통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는 3월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본격적인 ‘기업 흔들기’를 시작했다. 헤지펀드들은 개정 상법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및 ‘3% 룰’, ‘이사의 충실의무’ 등의 조항을 적극 활용해 기업 경영진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액주주 연대,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까지 합세하면서 상당수의 기업들은 ‘미증유’(未曾有)의 주총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액주주들을 챙기는 진정한 주주 민주주의가 구현되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헤지펀드들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최근 LG화학에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추가 매각과 선임독립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주주서한을 제출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DB손해보험과 코웨이에 정관 변경과 독립이사 후보 추천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KCC에 보낸 주주서한에서 삼성물산 주식의 유동화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KCC는 과거 삼성물산 합병 당시 백기사로 참여했다.

트러스톤은 서한에서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해 할인율이 해소될 경우 약 78.3%의 주주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며 “이를 기초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고금리 차입금을 리파이낸싱할 경우 이자비용 절감만으로도 약 54.6%의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은 또 태광산업에도 자사주 매입·소각과 선임독립이사 제도 등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라이프자산운용은 BNK금융지주에 사내이사(회장)와 사외이사에 대한 주식 보상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재계에서는 작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개정 상법이 적용된 첫 주총인 만큼, 외국계 헤지펀드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ESG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 1월 6일 기준 33.72%로, 2020년 3월 31일(33.57%) 이후 6년여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수의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보다는 단기 수익 창출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소액주주 연대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인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최근 ‘주총안건 해설’을 공유하고 보수한도 승인, 3%룰을 토대로 한 감사위원 선임, 자사주 소각, 집중투표제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상법 개정으로 올해는 국내 소액주주 플랫폼과 해외 행동주의펀드가 연대해 공동 캠페인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이 와중에 이재명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발 맞춘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까지 신경써야 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소위 정부에 ‘찍힌’ 기업은 기관 투자자들의 경영진 교체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에 “원시적·후진적 경영 행태를 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배주주 측에서 개정 상법 발효 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의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이 결집해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주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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