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마치고 주식시장도 다시 문을 연다. 연휴 기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투자 성적표를 공유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설 연휴 직후 거래일 코스피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양(+)의 수익률을 기록한 연도 수는 5회로 나타났으며, 하락 연도 수도 5회였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주춤한 코스피가 계속 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18일 미국에 상장된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iShares MSCI South Korea'의 가격은 전날보다 2.41% 내린 130.74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상승분을 하루 만에 모두 반납했다.
이 상품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국내 중대형주에 투자하는 ETF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KB금융, 두산에너빌리티, 신한금융지주, 기아자동차 등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들을 대거 담고 있다.
순자산총액만 120억달러에 달하는 이 상품은 한국 시장이 멈추더라도 미국 증시가 문을 열었다면,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 상장된 미국, 중국 시장 투자 ETF와 유사한 구조로, 연휴 기간 동안 해외 투자자들의 투심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원·달러 환율이 1445원대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반면, 코스피 대형 종목들을 포함한 ETF 하락은 연휴 이후 코스피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FTSE 한국 대표 종목 지수를 추종하는 ETF 'Franklin FTSE South Korea' 역시 2.18% 하락 마감했다. 한국 증시가 문을 닫은 연휴 기간 외국인의 투심은 코스피 하락으로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코스피의 대외 요인 민감도가 상승하며, 해외 지수 대비 높은 폭의 등락 보이자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밸류에이션에 기반한 상승 기조는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준 의장 교체, 미국발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라는 대외 변동성을 소화하고 연휴와 미국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지수 상승 탄력이 일시적으로 제한됐지만 우려보다 양호한 4분기 실적과 순환매를 통한 과열 해소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가 급등에도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6배 수준에 불과해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위치해 있다고 봤다.
연휴기간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실적시즌 마무리와 함께 상승 추세가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순환매를 통해 가격 부담이 완화된 반도체, 방산, 조선, 자동차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도주들은 매물소화 이후 상승을 재개하며 코스피를 다시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은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과는 차이를 보였다.
향후 실적 예상치를 기반으로 한 선행 PER은 평년 수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한 PER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iShares MSCI south korea ETF와 FTSE 한국 ETF의 과거 12개월 기준 PER은 각각 19.47배, 17.21배다. 과거 코스피 평균 선행 PER이 10배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미 가격 부담은 시작된 셈이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어 온 '반도체 특수'에 대한 전망도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 요인이다. 전체 시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년새 5배 이상 뛰면서 '더 오를 수 있을까'를 우려하는 투자자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AI 광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도체 산업이 '주기(Cyclical) 산업'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김성노 BNK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분기 코스피200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양적으로 양호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개선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특수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반도체 중심의 실적개선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에도 디램 수출물가 지수가 전년 대비 100%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
다만 과거 D램 수출가격이 연간 100% 상승한 사례는 두 차례에 불과한 만큼 추가적인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올해 지배주주순이익 전망치를 근거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중평균 PER은 6.7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PER만 고려하면 여전히 반도체 주가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과거를 살펴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전망 PER은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었던 2010년 4.8배, 2013년 5.4배, 2018년 3.3배까지 하락했다.
김 연구원은 "경기호황 국면에 낮은 PER을 형성하고,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적자로 인해 무한대로 상승하는 전형적인 주기산업 속성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라며 "반도체산업은 현재처럼 낮은 PER에서는 점진적으로 비중을 축소하고, 적자국면에서 오히려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반도체 가격상승률과 반도체지수 상승률이 엇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상승률은 과거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이라며 "또 코스피 반도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0년 IT버블과 비교해도 13.9%나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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